젊음의 상징 여드름의 원인과 치료 [김수영 교수 피부칼럼]

김수영 교수의 마카롱보다 달콤한 피부 이야기
  • 등록 2022-01-23 오전 11:00:00

    수정 2022-01-23 오전 11:00:00

진료실에서 흔히 만나는 피부 질환에 대해 매주 다룰 예정입니다. 피부 질환에 대한 정보가 많지만 환자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점을 위주로, 과학적인 근거를 곁들여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피부과 전문의가 해설해주는 피부 질환 칼럼을 읽고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한 피부를 가지시기를 희망합니다

[김수영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교수]여드름은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전체 인구의 85%가 일생 동안 여드름을 경험한다고 알려진 흔한 질환이다. 피부과학적으로 털을 감싸는 모낭과 피지샘은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이를 하나의 단위로 간주하는데 여기에 피지가 쌓이고 염증이 유발되어 발생한다. 여드름은 임상적으로 모공이 막혀 각질과 피지가 뭉쳐 딱딱해진 면포가 특징이며, 구진, 농포, 결절, 낭종 등으로 나타난다. 소위 ‘좁쌀여드름’은 폐쇄면포를 일컫는데 염증은 없지만 각질이 모공을 막고 피지가 쌓여 하얗게 좁쌀같이 오돌토돌 올라와 있는 것을 말하며 ‘화이트 헤드’라고도 한다. 한편 개방면포는 융기된 면포 중앙에 검은색 각질로 채워진 늘어난 구멍이 보이는데 이것이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블랙헤드’이다. 여드름은 얼굴에 물론 가장 흔하지만 가슴이나 등에도 잘 발생한다. 여드름 병변은 흉터나 색소침착, 여드름 후 홍조 등을 남길 수 있어 미용적으로 크게 손실을 입힌다.

여드름의 발생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1)안드로젠 등 호르몬의 영향으로 피지가 과다하게 분비되고, 2) 피부 각질화 이상으로 모공이 막히고, 3) 여드름 세균 (Cutibacterium acnes)이 증식하며, 4) 염증이 발생하는 등 이 네 가지 요인이 여드름 발생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기전이다. 여드름은 주로 사춘기에 발생하여 30대에는 감소하는데, 최근에는 25세 이후에도 지속되거나 새로 발생하는 성인 여드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여드름의 치료제로는 바르는 연고와 먹는 전신제제로 나뉜다. 국소연고제제는 주로 항생제, 벤조일퍼옥사이드, 레티노이드 성분 등이 혼합되어 나오는데 대부분 각질을 녹이고 여드름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전신제제, 즉 먹는 약은 크게 경구 항생제, 경구 레이노이드, 경구 호르몬 제제 등이 있다. 경구 약제 역시 여드름의 발생기전을 각각 또는 여러군데에 작용하여, 각질 용해, 여드름 균에 대한 항균작용, 항염증작용, 피지분비 조절 등의 효과를 통해 여드름을 호전시킨다.

또한 시술적인 치료법으로는 쌓인 각질을 녹여 모공을 열어 피지 배출을 촉진하고 혐기성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화학적 박피, 광민감성 제제의 연고를 얼굴에 바르고 특수파장의 빛을 쬐서 여드름 균의 증식을 억제하여 치료하는 광역동치료도 있다. 또한 여드름 후 남은 홍조나 색소침착, 흉터에 대해서는 치료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레이저를 사용하여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염증성 결절이나 낭종성 여드름에는 병변 내 스테로이드 주사 (여드름 주사, 또는 염증주사라고 불리는)를 하여 빠른 시간 내에 염증을 가라앉히고 흉터로 변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환경적인 요인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개인이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외부 요인들로 여드름을 설명하는 ‘엑스포솜 (exposome)’이라는 개념도 관심을 받고 있다. 여드름 엑스포솜의 구성 요소로는 크게 음식, 심리적 상태 및 라이프스타일, 화장품, 환경오염, 복용하는 약물, 기후 인자가 있다. 이들은 피부장벽, 피지샘, 피부 면역, 피부 미생물계 등 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여드름 치료에 대한 반응, 여드름의 경과 및 재발에 영향을 미친다.

음식과 여드름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설탕, 고탄수화물 식이, 유제품 등이 여드름 악화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약물 중에는 스테로이드나 일부 피임제 복용 시 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다. 센 알칼리성 비누로 세안을 하거나, 스크럽, 각질제거제 등을 사용하면 피부자극을 유발하고, 피부 장벽을 망가뜨려 여드름을 악화시킨다. 오일이나 유분이 많은 화장품은 피지분비를 방해하여 좁쌀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화두가 되는 대기오염 물질들은 산화적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여드름에 악영향을 미친다. 뜨겁고 습한 기후, 강한 자외선은 염증성 여드름을 악화시킨다. 스트레스, 수면부족, 컴퓨터 모니터, 핸드폰, TV 등 의 전자기기에 의한 과도한 빛에 노출되는 것도 여드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여드름은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한창 예쁠 나이인 사춘기와 젊은 성인기에 얼굴에 나타나 여러 미용적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고민하며 피부과를 찾는 질환이다. 환자들이 여드름의 발생기전과 치료에 대해 정확히 이해한다면, 정보의 홍수 속에 의료진과 상의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고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 또한 여드름에 나쁜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해 흉터나 색소침착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젊음의 징표지만 골칫거리인 여드름을 무사히 넘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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