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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산안법 개정→중대재해법`…돌고 돌아 제자리
지난 9월 이낙연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중대재해법 제정의 뜻을 밝힌 이후 민주당의 모습은 갈팡질팡 이었다.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법 제정을 내세운 정의당에 협조할 뜻을 밝혔지만, 정작 당정 협의를 거쳐 발의된 것은 산안법 개정안이었다. 실효성과 현실성, 법적 안정성 등과 관련해 당내에서도 적지 않은 이견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장철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1년 내 3명 이상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장에 최대 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임자 범위를 확대하고, 과태료·과징금·형사처벌 수준을 상향하는 게 골자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산안법 개정안과 중대재해법은 양자택일 해야 하는 법이 아니다”며 “중대재해법이 아니면 다 필요없다는 프레임은 안전한 일터를 위한 입법을 더 더디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주민 의원이 정의당이 발의한 내용보다는 수위를 낮춘 또 다른 중대재해법안을 발의하면서 환노위에 계류돼 있는 산안법 개정안(장철민 의원)과 `투 트랙`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국민의힘까지 중대재해법 발의에 나서면서 더욱 곤혹스러워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중대재해법에 공감을 표하면서 민주당은 산안법 개정안을 밀고 가기가 어려워졌다.`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대부분 오너라든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면서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의원은 이어 “(재계 측이)명확성이라든가 과잉금지원칙, 결과만 갖고 책임을 묻는 것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지적한다”면서 “중대재해법 특위를 만들어 논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압박 수위 높이는 정의당, 단식농성 속 연내 제정 촉구
강은미 원내대표는 “국회가 지금 필리버스터 하나에만 매달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코로나 민생 방역과 중대재해법 등 민생의 안전과 생명, 삶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법 56조에 따라 중대재해법 등 긴급한 민생 현안을 다룰 위원회만이라도 당장 열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양당에 촉구했다.
다만 중대재해법 제정이란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50인 미만의 사업장 적용 여부 등 이견이 적지 않다. 정의당은 재해에 취약한 곳은 소규모 사업장이라며 즉시 적용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법 제정·공포 후 4년 뒤부터 적용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