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활고를 겪는 이들이 폭증하며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상습 절도의 주 타깃이 되는 영세상인들 역시 생계형 범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현대판 장발장’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생계형 범죄 당하는 영세상인들…“복지 사각지대에 개인이 피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식품 등 생필품을 절도하다 적발된 사례는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 지난 3월에는 가족과 나눠 쓰기 위해 주민에게 배부된 마스크를 훔친 이들이 경찰에 입건됐으며, 8월에는 강원도 평창군 농가에서 배추를 훔쳐 달아난 노인들이 붙잡혔다.
생활고로 범죄를 저지르는 현대판 장발장들의 사례는 보는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절도 피해를 입은 영세 상인들은 복잡한 심경이다. 생계형 범죄의 ‘1차 타깃’인 마트·식당 사장들은 사회적 안전망이 없어 결국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안는 형국이라고 답답해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10월 말부터 근처에 사는 한 노인에게 상습 절도를 당하고 있다. B씨는 “해당 노인을 신고했는데 거주지가 분명하다는 이유로 구속이 안 되고 풀려났다”며 “그런데 풀려난 당일 또 와서 물건을 훔쳐가더라”고 언성을 높였다. B씨는 “마시멜로, 아이스크림 몇개 해서 7만원어치 정도를 훔쳐갔는데 소액일지 몰라도 계속 훔쳐가니까 심적으로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 노인은 정신질환이 있어 현재 지자체 지원금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지만, 지원금을 다 쓰게 되면 약 한 달 뒤 다시 사회로 나오게 될 예정이다. B씨는 “그분이 나와서 또 도둑질을 하면 그냥 (참고) ‘케어’를 해줘야 하는 건지 고민”이라며 “정말 생계가 어렵다면 후원해 줄 수는 있겠지만 개인이 동정심으로 무작정 보듬는 게 맞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씨도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올해 들어 과자·샴푸 같은 걸 훔쳐 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경찰 신고 절차도 복잡하고 그냥 놔두게 된다”며 “훔치는 사람들 사정이야 있겠지만 우리같은 자영업자들도 힘든데 답답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직접 대책을 마련한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경기도는 생계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먹거리 등 긴급 구호품을 제공하기 위해 도내 푸드마켓에 `장발장 코너`를 만들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한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도는 경미한 생계형 범죄로 훈방 조치된 위기 가구를 알려달라고 경찰에 의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노인을 비롯한 취약계층 지원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생계조차 유지가 되지 않아 범죄를 저지르는 노인과 취약계층이 생겨나 관리가 시급하다”며 “지자체에서 긴급 구호를 하는 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정부도 추가경정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더 어려워진 이들에게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또 취약계층을 적극 찾아 도시락 배달 등 생계지원 서비스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