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입법회(의회)가 중국 국가 모독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심의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27일 코즈웨이 베이 지구에서 벌어진 시위를 진압하고 일부 참가자들을 붙들어 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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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국경이 봉쇄되고 물적·인적 교류가 단절되면서 경제는 침체되고, 당장의 생존을 위해 자국 우선주의 움직임은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 바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있습니다. 그동안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그야말로 난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미중갈등이 심화될수록 한국에 대한 압박은 거세질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두 국가 중 누구 편을 드는 것이 맞는지를 두고 논쟁이 뜨겁습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만한 접점은 많습니다. 대만, 신장위구르, 티베트 등 인권과 민주주의를 둘러싼 문제, 남중국해 등 영토 및 영유권 문제, 화웨이를 비롯한 경제 문제 등 입니다. 해당 이슈가 불거질때마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 있습니다.
그 첫번째 시험대가 최근 중국에서 통과된 홍콩 국가보안법이었습니다. 홍콩 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행위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며,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직 세부 내용은 제정되지 않았지만 홍콩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집회 시위의 자유 역시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아직 없습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이 이뤄졌을 당시에도 집권여당과 청와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이끈 세력이 촛불민심에 힘입어 집권에 성공했지만 정작 민주주의와 인권이 위협당하는 모습에 침묵하고 있는 셈입니다. 자칫 현 정권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바로 국익 때문입니다. 지난 정권에서 이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한반도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한차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가까스로 회복된 한중간 훈풍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다소 연기됐지만 한중관계 회복의 상징적 의미가 있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외교문제는 답이 항상 정해져 있는 수학문제보다는 많이 복잡합니다. 정답이 ‘미국, 아니면 중국’ 식으로 명확하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일관성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 전문가가 저에게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중국과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는 것은 원칙이 없어서다. 조금만 흔들고 팔을 비틀면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