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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열 탈당, 사무총장·비서실장 해임…종일 난리
4일 바른미래당은 온종일 시끄러웠다. 오전에는 이찬열 의원이 “의리와 낭만이 있는 정치는 이제 한계인 것 같다. 동토의 광야로 떠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최근 손 대표가 보이는 일방적인 행태에 최측근인 이 의원까지 마음을 돌렸다”고 전했다. 이 의원의 탈당으로 바른미래당은 19석이 돼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다.
오후에는 손 대표가 임재훈 사무총장·이행자 사무부총장·장진영 비서실장 등 당권파 인사를 전격 해임했다. 이들은 손 대표를 향해 “원하는 인물로 비상대책위원장을 앉혀라”는 제안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출근 거부’ 하루 만에 인사조치가 내려졌다.
이 때문에 바른미래 의원 전원의 탈당(제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다. 앞서 당 핵심관계자는 “10일까지 손 대표가 거취를 표명하지 않으면 지역구 의원들이 탈당하는 데 공감했다”고 최후통첩을 내렸다. 하지만 손 대표가 ‘강공’으로 나서며 사실상 사퇴 거부를 표명한 것. 큰 변수가 없으면 내주부터 당권파·호남계로 분류됐던 이들의 순차적 탈당이 이뤄지고, 이후 안철수계를 중심으로 한 비례대표들의 ‘셀프 제명’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바른미래당의 정치자금은 대략 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출간한 ‘2018년도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2018년 한해 동안 386억원의 수입을 기록했다. 이중 283억원을 지출해 2018년 말 기준 103억원의 정치자금이 남았다. 만약 지난해도 비슷한 규모로 정치자금을 사용했다면 200억원 전후가 남는다는 계산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정치자금은 약 1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에 따르면 만약 모든 의원이 당을 떠나도 바른미래당이 존속하는 한 자산은 그대로 유지된다.
의원 다 나가도 추가 실탄 20억대 확보 가능
바른미래당에 탈당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올 2월과 3월에 각각 지급받을 ‘1분기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 등은 약 125억원이다. 하지만 당이 공중분해되면 보조금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분기별로 약 25억원 가량의 경상보조금을 받았다. ‘손학규 1인 정당’이 된다면 정치자금법 규정에 따라 약 1억~2억원 가량의 경상보조금만 지급받을 예정이다.
이후 남은 220억원은 각각 ‘의석 수 비율’과 ‘20대 총선 득표수 비율’에 따라 110억원씩 나눠 갖는다. 바른미래당이 20석을 유지한다면 약 7억원(현 의석 수 비율), 약 20억원(지난 총선 득표 비율) 등 약 30억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1인 정당하에서는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득표수 비율을 보정한 20억원대의 보조금만 받는다는 계산이다.
정치권에서는 손 대표가 세간의 비난에도 강공을 유지하는 이유로 호남계 정당과의 통합을 꼽는다. 손 대표는 최근 “같은 뿌리를 갖고 있는 다른 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대화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고 발언하는 등 호남 통합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옛 국민의당에서 분화한 대안신당·민주평화당은 의원은 있지만 교섭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자금이 부족하다. 반면 손 대표는 함께 할 의원은 없지만 실탄을 두둑이 장전하고 있다. 결국 손 대표 입장에서는 의원들이 통으로 빠져나가도 호남계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내 지지기반이 무너진 손 대표는 대안신당을 시작으로 통합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 자산을 지렛대 삼아 정치적 위기를 타개한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