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로봇 시대]②단순사무 척척…주52시간제 해결사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로봇사원 효율성 극찬
HfS리서치, 로봇사원 시장 2022년 5조원대로 성장 전망
반복 업무 RPA에 맡겨 직원들 업무 집중도 높여
RPA 도입 후 직원들 만족도 높아져
  • 등록 2019-11-22 오전 6:30:00

    수정 2019-11-22 오전 6:30:00

기업들이 비용절감과 업무효율성 개선, 고객만족도 등을 이유로 RPA 등 로봇사원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로봇사원 작동 모습.(사진=롯데홈쇼핑)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사람보다 생산성은 2배 높고, 업무시간은 5배 길다. 약 10배의 노동인구를 투입하는 효과를 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이매진 도쿄 2019’ 서밋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말한 것은 로봇프로세스자동화(Robot Process Automation·RPA) 시스템이다.

RPA는 사람이 처리하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소프트웨어(SW)로 자동화한 것이다. 예컨대 각 법인에서 메일로 보내온 매출 실적과 사내 시스템에서 내려 받은 환율 등의 정보를 적용해 보고서 형식으로 리포트를 작성하고, 이후 담당자에게 메일을 발송하거나 거래처 시스템에 접속해 매장별 판매정보를 집계한 후 회사 시스템에 자동으로 입력하는 일 등이다.

RPA 도입은 단순 반복 업무 부담을 줄여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직원들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이전보다 적은 근로시간에서 더 높은 생산성을 추구해야 하는 현 시대에 RPA는 기업 경영에 필수적인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봇사원 시장, 2022년 5조원대로 성장 전망

RPA는 세계적인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의 기업 60%가량이 RPA를 도입했으며 2022년에는 기업 85%가 RPA를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HfS리서치는 전 세계 RPA 시장 규모는 올해 23억4500만달러(약 2조7375억원)에서 2022년 43억800만달러(약 5조291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사무자동화는 거래처리시스템(TPS), 전사적지원관리(ERP), RPA 순으로 발전했다. 기업 경영에 컴퓨터 도입과 함께 시작한 TPS는 기업 활동에서 벌어지는 거래 데이터를 손쉽게 저장하고 처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TPS는 사업부별, 업무별로 흩어진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통합 처리하는 데 한계를 보였고 이를 보완해서 등장한 것이 ERP다. ERP는 재무, 회계, 영업 등 각 사업부별로 이뤄지는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다. 부서별로 별도 관리를 했던 TPS와 차이점이 여기서 생긴다. ERP 도입에도 문제점은 있었다. 단순하고 반복 업무가 남아 있었던 것. 이를 극복한 시스템이 RPA인 셈이다.

이미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RPA를 업무에 적용했다. 미국 월마트는 직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문서작성, 정보검색 등의 작업에 소프트웨어 로봇 500여개를 활용하고 있고, AT&T와 아멕스 등도 역시 적극 활용 중이다.

국내에서도 RPA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 현대자동차, 롯데 등 주요 기업들이 RPA를 적용했다.

[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업무시간 절감에 탁월…직원 만족도도 높여

RPA 도입 효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노동 효율성 개선과 함께 비용절감 효과를 불러온다. 신한금융투자는 RPA를 업무에 적용한 8개월간 약 26개 업무를 줄이고 1만5000시간을 절감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영업, 마케팅, 구매, 회계, 인사 등 12개 직군 120개 업무에 RPA를 도입했다. RPA 도입 후 기존 직원들이 데이터 조회와 정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놨다. 사람 근무시간으로 환산 시 3000시간 이상이다. 이에 LG전자는 RPA 도입 업무 분야를 220개로 확대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rnest&Young)은 은행, 보험사 등 금융권을 대상으로 20~3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 글로벌이 조사한 결과 RPA를 경험한 근로자들 중 70% 이상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특히 시범 도입 단계에서는 이에 반발하는 직원이 17%에 달했으나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확대하는 단계에서는 오히려 3%로 감소했다. RPA가 직원들의 업무 환경 개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RPA는 단순 업무 외에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빅데이터,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반의 로봇사원 활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리스크 관리 영역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이 대표적으로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빅데이터 기반의 기업신용평가점수체계(기업 CCS)를 개발해 전 영업점에 도입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빅데이터 기반의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9월 국내 금융지주사 최초로 AI 전문 회사 ‘신한AI’를 설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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