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홍콩지지 현수막’ 훼손이 당연하다고?”…뿔난 韓 대학생들

‘홍콩 지지 대자보’ 훼손…대학 한·중 갈등 격화
警,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 진범, 이춘재로 잠정
진흥상가서 큰 불…사망자 없었지만 17명 다쳐
  • 등록 2019-11-16 오전 8:43:00

    수정 2019-11-16 오전 8:43:00

15일 오후 한양대 서울캠퍼스에 홍콩 지지 메시지를 붙이기 위해 설치된 ‘레논 벽’. 중국 유학생들의 훼손을 막기 위해 레논 벽 앞을 대만·홍콩 유학생들이 지키고 있는 모습 (사진=한양대 학생 제공)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최근 대학 캠퍼스에서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의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대자보 훼손 사건과 관련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중국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브라질 순방 중 홍콩 시위에 무력을 투입할 가능성을 내비친 데 이어, 15일 주한 중국대사관이 홍콩 시위를 둘러싼 한·중 학생 간 충돌에 유감을 표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생들은 “시진핑 주석의 ‘폭력 시위 진압’ 지시는 더 많은 희생을 예고한다”며 “중국대사관도 즉각 역사인식을 재고하고 담화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번주 키워드는 △대학가 한·중 갈등 격화 △화성연쇄살인 8차사건 범인 이춘재로 잠정 △강남 진흥종합상가 화재 등입니다.

중국 유학생 ‘홍콩 대자보’ 훼손…캠퍼스 한·중 갈등 격화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등 학생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홍콩 시위 지지’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정부의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대학가에서 한국 학생이 내건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 대자보를 중국인 유학생들이 훼손하는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서 한·중 학생 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침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 무력 진압을 시사하고 한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의 현수막 훼손 행태를 두둔하면서 갈등에 기름을 끼얹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14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15일 중국대사관은 “중국 학생들이 중국의 주권을 훼손하고 사실을 왜곡시키는 행동에 분개하고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일국양제(한 국가 두 시스템)에 대한 중국의 고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정의당 청년학생당원모임 ‘모멘텀’ 등 고려대 학생들은 15일 오후 4시 이 대학 정경대 후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진핑 주석의 홍콩 탄압지시와 대학가의 민주주의 훼손을 정당화하는 중국대사관 담화를 규탄한다”고 외쳤습니다. 이들은 단체는 “홍콩 시민들의 정당하고 민주적인 요구에 대해 시 주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들의 요구를 짓밟을 생각”이라며 “홍콩 시위를 폭력으로 규정하는 시진핑의 입장은 더 잔혹한 시위 진압을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미 많은 대학에서 대자보가 훼손되고 폭력적 행위가 일어나는데 이를 정당한 행위라고 하고 있다”며 “대자보와 현수막 훼손을 옹호하는 중국대사관의 입장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이 오히려 우리나라 대학 내 홍콩 지지 움직임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입니다. 앞서 홍콩 시위 지지를 위해 ‘레논 벽’을 설치한 서울대에 이어 한양대·한국외대·아주대·숭실대에서도 레논 벽 설치에 나섰습니다. 레논벽은 1980년대 공산주의에 반발하던 체코 젊은이들이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가사를 벽에 쓰면서 유래된 자유 표현 행위인데요. 중국 유학생들이 홍콩 지지 메시지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학생들은 그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등은 오는 23일 홍콩을 지지하는 대규모 대학생 집회를 비롯해 침묵 행진을 기획 중입니다.

화성8차사건 진범, 이춘재로 잠정…‘윤씨’ 누명 벗나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복역 후 출소한 윤모씨(52)와 재심 조력자인 박준영 변호사, 김칠준 변호사, 이주희 변호사가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8차 사건의 진범을 이춘재(56)로 잠정 결론내렸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15일 “이춘재가 구체적으로 진술한 내용이 현장 상황과 대부분 부합했고, 특히 양말을 손에 끼고 맨발로 피해자 방에 침임했다는 진술이 일치한다”면서 “이춘재는 범인만이 알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 특징, 가옥 구조, 침입 경로, 새 속옷을 입힌 사실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중학생 박모양이 자택에서 성폭행당하고 숨진 사건입니다. 당시 윤모(52)씨가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지요.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 사건과 다른 4건 등 14건의 살인을 자백하면서 진범 논란이 불거졌고 윤씨가 “자신인 범인이 아니다”라고 호소하면서 경찰이 집중 재수사했습니다. 경찰은 윤씨의 진술이 당시 현장 상황과 불일치하는 점이 많다고 파악했습니다. 윤씨는 피해자 속옷을 무릎까지 내리고 강간 후 옷을 다시 입혔다고 진술했지만 이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이와 불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제 화성 8차사건은 당시 부실·강압 수사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윤씨는 당시 경찰로부터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윤씨의 진술과 당시 수사관들의 진술이 상반되고 있어 신체 분석의 부당성과 위법행위 여부 등에 대해 확인 수사 중”이라는 전했습니다. 윤씨와 법률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 법무법인 다산 등은 지난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습다. 윤씨 측은 이춘재와 당시 수사 관계자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워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강남 진흥종합상가서 큰 불…사망자 없었지만 17명 다쳐

소방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종합상가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전역에 늦가을 비가 내린 15일, 서초구 서초동 진흥종합상가 건물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오후 1시 23분쯤 불이 발생해 지하층을 다 태우고 오후 4시 29분쯤 완전히 진화됐습니다. 소방관, 경찰, 구청 관계자 등 306명의 인력과 소방차 등 67대의 장비가 이날 진화 작업에 동원됐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주모(40)씨가 3층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다가 미끄러지면서 떨어져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소방관과 함께 내려오던 남성 서모(41)씨도 떨어지면서 허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화재로 인근 도로가 통제되면서 차량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고 인근 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검은 연기가 자욱히 끼기도 했습니다.

진흥종합상가는 지상 3층·지하 1층 구조로 지하 8개 점포를 포함해 건물엔 총 69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습니다. 건물에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건물이 1979년에 완공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소방당국은 상가 건물 지하 자재창고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창고 내부엔 인테리어 자재, 이불 등이 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소방 관계자는 “현재 상태에서 화재 원인을 단정해 말할 수 없다”며 “조만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감식을 벌여 화재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상인들이 입은 재산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압하는 동안 상인들은 건물 앞을 떠나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며 점포 상황을 걱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건물 지하 창고를 이용하고 있는 인경렬(70)씨는 이날 “사무실은 종로에 있고 이곳은 창고로만 사용하고 있는데,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다”며 “30년 넘게 이불 창고로 이곳을 사용해왔는데 씁쓸하다”고 말했습니다. 화재 진압 상황을 지켜보던 인씨는 건물 내부에서 연기가 계속 새어나오자 “이불이 다 타버렸을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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