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바이오 개벽]⑨바이오벤처 찾는 메이저 제약사

신약개발 독자 진행 더 이상 어려워
기술력 뛰어난 벤처회사 대상 오픈 이노베이션
적은 비용으로 신약 파이프라인 늘리는 효과
외국은 대형 M&A로 후보물질 주도적 확보
  • 등록 2017-09-20 오전 6:00:00

    수정 2017-09-20 오전 6:00:00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최근 제약업계의 화두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여러 분야에서 쓰이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신약개발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바깥에서 유망한 기술을 들여오는 것을 뜻한다. 제약사가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인 이유는 한 회사가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시험 성공 후 시판까지 모든 신약개발 과정을 도맡기에는 현실적으로 비용도 많이 들고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마찬가지다. 안전성 강화로 신약개발은 점점 어려워지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주력제품을 이을 후속타자는 준비되지 않았는데 특허만료는 다가온다. 한 글로벌제약사 한국지사 관계자는 “전세계에서 연간 4조~5조원씩 매출을 올리던 약이 2020년이면 대부분 특허가 만료된다”며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캐시카우가 말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의 현실은 더 어렵다. 변변한 신약개발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희박한 성공가능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신약개발을 직접 진행할 때의 위험부담은 줄이면서 성공가능성은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한 국내 제약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오픈 이노베이션 방법으로 선호하는 것은 지분투자”라며 “특히 기술력 있는 바이오벤처 여러 곳에 분산투자를 하면 성공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인 인터베스트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국내 주요 제약사의 외부투자 금액은 219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발히 추진하는 국내사로는 유한양행(000100)이 대표적이다. 유한양행은 국내 최대 매출을 올리는 제약사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R&D는 약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녹십자, 한미약품 등 경쟁사들이 R&D 투자를 늘리면서 신약개발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자 유한양행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지금까지 바이오벤처에 투자한 금액이 1000억원에 육박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투자전문 자회사인 한미벤처스를 별도로 설립했다. 한미벤처스가 초기 단계의 유망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여기에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면 한미사이언스나 한미약품이 후기 단계에 투자해 상업화한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초 ‘오픈 콜라보레이션 사무국’이라는 조직을 신설해 외부 R&D 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분투자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후보물질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기 보다는 안전 위주 투자라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화이자, 소액 지분투자 보다는 거액이 들더라도 인수합병에 적극적이다. 바이러스질환 치료제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길리어드는 지난 8월 차세대 항암제로 일컬러지는 ‘CAR-T’ 치료제 선두기업 중 하나인 카이트파마를 119억달러(약 13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화이자도 지난해 항암제 전문 개발사인 메디베이션, 염증치료제 전문 제약사인 아나코르, 유럽계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생제 부문을 잇따라 인수했다.

주요 제약사 오픈 이노베이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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