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부산 부동산시장..‘숨고르기’ 들어가나

분양 후 초기 계약률 9.2%P 하락
미분양 가구수도 6개월 새 33%증가
내달까지 2400여가구 분양 러시
가격에 거품..묻지마식 투자는 금물
  • 등록 2015-11-29 오전 10:20:39

    수정 2015-11-29 오후 12:34:31

△ 올해 분양시장에서 최고 인기 지역으로 떠올랐던 부산지역 부동산시장이 최근 들어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전경 [사진=부산시]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4월 포스코건설이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동에 분양한 ‘광안 더샵’(전용 70~101㎡ 263가구) 아파트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평균 청약경쟁률이 무려 379대 1로, 아파트 한 채 당 379명씩 뛰어든 셈이었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84㎡짜리 주택형은 일반분양 12가구 모집에 무려 1만 3280명이 달라붙어 1106 대 1의 최고 청약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전국 최고 청약률을 기록했던 부산 장전동 ‘래미안 장전’(평균 146대 1) 성적마저 가뿐히 갈아치우며 올해 최고 청약률 단지로 등극했다.

이 후 7개월이 지난 요즘 이곳 분위기는 그때와 완전 딴판이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는 광안 더샵 아파트 분양권 20여개가 매물로 나와 있다. 263가구의 소규모 단지임을 감안하면 10가구 중 1가구 꼴로 새 주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인근 광안동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소 4~5번 손바뀜이 일어나다 보니 실수요자 문의는 거의 없고,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도 이전과 비교해 5분의 1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용 84㎡형은 귀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웃돈(프리미엄)이 최고 1억 가까이 붙었는데, 이게 오히려 부담이 돼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올해 청약시장의 최고 인기 지역으로 떠올랐던 부산지역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수백 대 일의 청약경쟁률로 펄펄 끓던 아파트에 투자수요가 끊기면서 거침없이 오르던 웃돈이 제자리걸음을 시작했다. 분양 초기 웃돈을 노린 투자자들이 하나 둘 시장을 떠나자 거품도 서서히 빠지고 있다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연내 부산 수영구와 금정구, 해운대구에 아파트 2400여 가구가 추가로 나올 예정이어서 새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는 부산이 올해 나온 전국 분양아파트 가운데 청약경쟁률 1위라는 사실에 비춰보면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부동산114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17개 시·도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지역은 평균 75.5대 1을 기록했다. 아파트 1채를 분양받기 위해 75명이 경쟁을 벌였다는 뜻이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불 붙은 서울의 청약 경쟁률(10.2대1)은 물론 전국 평균(11.7대 1) 보다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 때문에 올해 부산에 분양한 41개 단지는 모두 1순위에서 청약 마감했다.

하지만 높은 청약률과 달리 분양 후 3~6개월간의 성적인 초기 계약률은 떨어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만 해도 부산은 모든 단지가 분양 6개월 만에 100% 완판하는 기록을 냈다. 그러나 3분기(7~9월) 성적은 이 보다 9.2%포인트 줄어든 90.8%에 그쳤다. 10개 단지 가운데 한 단지는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 2015년 5~10월 부산지역 아파트 미분양 가구수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같은 시기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산지역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 10월 기준 1191가구로 5월(835가구)보다 42.6%(356가구) 늘었다. 부산 대연동 P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실수요보다 웃돈을 노린 투자수요가 몰리다보니 아파트 분양권에 수천만원씩 웃돈이 붙어 거래되다가 최고점에서 시장을 빠져나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 매매 가격도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부산지역 아파트 매매거래 월간 상승률은 이달 현재 0.31%로 한 달 전(0.44%)과 비교해 상승세가 둔화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1월 해운대구 재송동에 입주한 ‘더샵 센텀스타’ 아파트 전용 98㎡ 평균 매매가는 4억 3000만원으로 1년동안 250만원(0.5%) 오르는데 그쳤다.

사정이 이렇자 분양아파트 공급 과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내달까지 부산에 분양을 앞둔 아파트는 총 2449가구다. 여기에 내년(1만 1591가구)과 2017년(1만 4189가구) 예정된 물량까지 합치면 2년여간 3만 1829가구가 추가로 쏟아질 예정이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부산에 몰린 1순위 청약자가 98만 1770명으로 부산 전체 인구(351만 5689명)의 27%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분양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지적을 무시하긴 힘든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산지역은 공급 물량이 늘고 분양가도 오르면서 단기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거품 부동산시장’이 만들어졌다”며 “달아오른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 2015년 1~11월 부산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월별 상승률 추이 [자료=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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