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국내 패션시장이 글로벌패션브랜드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악화되면서 아직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는 아시아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저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중국은 아직 검증되지 않아 한국시장을 주로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신 유행에 빠르게 반응하는 한국은 중국시장의 성공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바로미터’ 역할까지 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 브랜드가 직접 문을 두드리고 있다.
| 2009년 명동에 문을 연 망고 1호 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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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업계 따르면, 노스페이스(한·일사업권제외), 팀버랜드, 이스트팩, 키플링, 리프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패션 기업 VF는 최근 한국 직진출을 선언했다. 먼저 VF코리아를 설립하고 내년초 액션스포츠 브랜드 ‘반스(VANS)’ 사업을 시작으로 단일브랜드로만 5년내 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신발브랜드 ‘팀버랜드’로 내년 직진출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미국 패션기업 아베크롬비&피치(A&F)는 캐주얼 브랜드 ‘홀리스터’로 국내 직접 진출했다. 지난 8월말 여의도 IFC몰에 1호점을 오픈했고, 내년 초 신사동 가로수길에 홀리스터 가두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청담동에 캐주얼 브랜드 ‘아베크롬비앤피치’ 매장을 열고, ‘아베크롬비’와 ‘아베크롬비키즈’ 등 다른 브랜드의 직진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조원 육박하는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시장에서도 외국계 브랜드의 노크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계 유니클로, 스페인계의 자라, 스웨덴 H&M이 이미 직진출로 국내 시장의 선두그룹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최근 스페인 브랜드 ‘망고’(MANGO)는 기존 유통계약사인 제일모직과 결별을 선언하고, 직진출로 전략을 바꿨다. 한국지사인 망고코리아가 제일모직인 운영하던 기존 7개 매장 가운데 3개를 정리하고 5개의 매장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 그 동안 국내 기업과 합작 진출 등 한국 시장 진출설이 무성했던 영국 SPA 브랜드 ‘프라이마크’, ‘톱숍’ 역시 최근 직진출로 가닥을 잡고 국내 시장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장의 직진출 붐은 명품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준명품 브랜드 ‘코치’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 8월부터 한국 시장에 직진출했고, 일본 온워드카시야마그룹이 인수한 여성복 ‘그레이스콘티넨탈’도 30·40대 여성 소비층을 겨냥해 직진출한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올 연말 국내 판권 계약 만료를 앞두고 한국에 직접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섬이 국내 판권을 가진 발렌시아가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연장을 하지 않고, ‘발렌시아코리아’를 설립하거나 구찌그룹코리아를 통해 국내 직진출하는 방안이 유력시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사업의 성장잠재력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최근 외국계 브랜드의 직진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패션기업들은 수입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한편 자체 브랜드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