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헝가리 정부는 지난달부터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 유럽연합(EU), IMF와 예비협상을 시작했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중앙은행법이 개정되자 IMF는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IMF와의 협상중단에도 오르반 총리는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력으로 설 수 있다"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으나,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운 포린트화의 급락세에 위기감을 느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피치는 지난해 12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이어 헝가리의 국가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BB+`로 하향하고 IMF의 금융지원이 더 늦어질 경우 추가로 헝가리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헝가리 정부가 개정된 중앙은행법을 다시 고칠 수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교착 상태에 빠졌던 IMF, EU와의 금융지원 협상은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그러나 헝가리 정부가 IMF와 EU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지에 따라 협상 재개 시기는 미뤄질 수 있다.
실제 EU 집행위원회는 헝가리 개정법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규정한 EU 조약에 들어맞는 지에 대한 검토가 "수주일 걸릴 수 있다"며 검토가 끝난 뒤에야 금융지원 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르반 총리의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국민 시위가 확산되면서 헝가리의 정치 상황이 불안해지는 것도 헝가리 재정 위기 확산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여 년 전 학생신분으로 헝가리의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던 오르반 총리가 집권 여당과 기득권층을 위해 헌법을 개정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며 정치불안 상황이 시장의 불안을 추가로 야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