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중개 해부]①어떤 구조?..다단계의 함정

대출중개 `에이전시-총판-일꾼` 평균 3단계
중개수수료 5~10%..서민금융 걸림돌중 하나
소액대출 무한경쟁..대출모집인 몸값 높아져
  • 등록 2011-04-17 오후 12:04:03

    수정 2011-04-17 오후 12:04:03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체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출중개인시장은 다단계의 복잡한 구조로 인해 대출금리 인하를 막는 주요 요인으로 등장하는 등 서민금융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불법 수수료 편취 등 힘없는 서민들의 등을 치는 사례도 급증하는 추세다. 정부는 급기야 대출중개수수료 상한제 도입과 대출중개 다단계 금지 등 개선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대출중개인은 금융회사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접점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필요악`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출중개인시장의 구조와 문제점,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신용등급 8등급의 A씨는 `○○캐피탈 당일 대출` 휴대폰 문자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는 A씨의 직장 증명이 어렵다며 무직자 대출을 권유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대출을 동시에 신청하면 1000만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캐피탈에서 대출받는 게 아니냐고 묻자 조건을 맞출 수 없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그러려니 하고 대출을 신청했다. 그러나 며칠간 연락이 없어 그 사정을 알아보고 깜짝놀랐다. A씨의 서류가 2금융권에서 떠돌면서 3회 넘게 신용조회가 이뤄졌고 A씨의 신용등급은 하락한 상태였다`     직장을 증명하기 힘든 사람, 이미 한도까지 대출을 받은 사람, 신용등급이 9~10등급인 사람 등이 돈을 구할 때 찾는 곳이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과 대부업체다.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지만 이들 같은 사람이 급전이 필요할 땐 이곳들 말곤 대안이 없다.   이들 금융권에 대출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서민들은 대출중개인을 거친다. 그러나 대출중개시장의 다단계 구조로부터 파생되는 고금리 부담과 불법 중개수수료 편취 등 부작용은 서민금융의 걸림돌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 등 3개 업권의 개인신용대출액은 총 11조6436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59.5%인 6조9197억원가 대출모집인을 통해 이뤄졌다. 이를 통해 지급된 대출중개수수료는 4953억원에 달한다.

◇ 대출될 때까지 `대출 돌리기`..수수료만 5~10%
▲ 다단계 대출 중개 구조


A씨 같은 경우가 특별히 운 나쁜 사례는 아니다.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체의 소액 신용대출이나 자동차 할부금융은 대부분 고객과 금융사가 직접 거래하는 게 아니라 대출모집인을 중간에 끼고 이뤄진다.

한정된 지역에만 지점을 낼 수 있는 저축은행, 지점이 없는 캐피탈, 광고를 내기엔 규모가 적은 대부업체 등은 태생적으로 취약한 영업기반을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프리랜서 성격의 대출모집인이나 대출모집업체를 고용한 것. 대출모집인은 대출상담사, 대출중개업자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금융권과 대부업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출모집인수는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총 2만7476명이다.    대출모집인은 금융사 소속이 아니다. 따라서 대출이 성사되어야만 대출금액의 5~10%를 수수료로 받는다. 대출모집인이 무리하게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대출이 성사될 때까지 대출신청서류를 모집인과 금융권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대출중개가 다단계 구조로 복잡해진다. 한 대부중개업자는 "보통 에이전시-총판-일꾼의 3단계가 보편적"이라며 "수수료가 7% 정도면 일꾼에게 6.5% 이상이 가고 나머지를 에이전시와 총판이 나눠갖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에이전시-총판-일꾼 3단계가 보편적"  금융감독원이 다단계 대출 중개를 막기 위해 올해 1월부터 대출모집인은 한 금융사와 전속계약을 맺도록 모범규준을 만들었다. 한 금융사와 전속계약을 맺은 대출모집업체나 대출모집인을 에이전시라고 부른다.

일꾼은 휴대폰 문자를 발송하고 지하철, 아파트 단지, 길거리, 생활정보지 등에 대출 광고를 뿌려 직접 고객을 모집하는 대출모집인을 말한다. 지방 도로에선 대출 광고 현수막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데 이 것도 일꾼이 고객을 모으려고 자비로 걸어놓은 것이다. 일꾼은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대기업 금융사 이름을 사칭해 영업하는 경우도 많다. 

총판은 에이전시와 일꾼을 연결해주는 중간상 성격이다. 일꾼과 총판은 금융사와 전속 계약을 맺지 않았다. 특히 일꾼은 협회 조차 등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대부중개업자는 "때로는 한 금융사와 계약된 에이전시가 고객의 대출서류가 해당 금융사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다른 에이전시에 넘겨 총판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부업권의 에이전시는 대형 중개업체 20개사로 에이전시와 총판을 합치면 총 30여개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대출모집인은 금융사에게 단계별로 0.25~1.00%의 수수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단계가 늘수록 금융사가 마진을 줄이거나 고객에게 요구하는 대출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 `소액대출 무한경쟁`..대출모집인 `을`에서 `갑`으로    과거 2금융권과 대등한 관계였던 대출모집인은 요즘 `갑`이다.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 등 금융 권역별 장벽이 허물어져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햇살론, 미소금융 등 정부 주도 서민대출상품의 소액대출시장 잠식으로 소액대출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영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금융사들의 대출모집인 수요도 늘어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저축은행이 여관(장)과 목욕탕(탕) 일명 `장탕 대출`을 하던 시기에 처음으로 대출모집인을 쓰기 시작했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토박이가 대출 영업을 하러 다니면 저축은행 지점 직원보다 실적이 좋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축은행이 2002~2003년 카드채 사태 이후 소액신용대출에서 손을 떼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눈을 돌리면서 대부업체가 대출모집인 네트워크를 이어받았다.   당시 재일교포 출신의 대부업자들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취약한 지점망을 보완해주고 광고비보다 비용을 덜 들일 수 있어 대출모집인을 적극 활용했다. 대출모집인의 공격적인 영업 덕분에 대형 대부업체들은 1조원 안팎의 자산을 갖춘 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저축은행이 PF 부실로 다시 소액대출시장에 돌아오면서 대출모집인 몸값이 급등했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저축은행들이 대부업체 직원을 스카우트해 대부업체가 쓰던 대출모집인을 그대로 쓰기 시작했다"며 "지금 10여개 저축은행이 소액대출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탈과 저축은행이 대부업체의 시장을 노리고 대부업체는 역으로 지난해초 캐피탈사의 텃밭인 중고차 할부금융사업에 뛰어들면서 서로 대출중개인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을 잡아두기 위해 인센티브를 더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월별, 분기별, 연간 기준으로 목표치를 초과하면 그때마다 인센티브를 준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쯤되자 3~4년 전 5%대 였던 대출중개수수료가 7~10%대로 뛰었고 일부에선 12%를 요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과거 최고금리가 66%였던 시절 5%와 최고금리가 44%인 지금의 7%는 수치 이상의 인상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 車할부금융선 중개업자가 시장점유율 좌지우지   특히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에선 대출모집인의 위세가 할부금융사 실적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대단하다. 중고차 할부금융 금리가 신차 할부보다 10% 이상 높은 탓에 고객이 외면하는 실정이 되자 감독 당국과 할부금융사들이 중개업자에게 가는 수수료를 줄여 금리를 낮추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중개업자들이 자동차 영업사원들과 끈끈한 관계를 기반으로 모든 시도를 무산시켰다. 과거 LG카드 시절 중고차 할부금융 1위였던 신한카드는 지난 2008년 직접 판매에 나서자 10%를 웃돌던 시장점유율이 지난 2월말 2%대로 곤두박질했다. 중개업자들이 신한카드에 줬던 대출서류를 모두 끊은 것. 현대캐피탈도 지난해 중개수수료를 낮춰 고객에게 제시하는 금리를 낮추려고 시도했다가 할부금융 신청서류가 일시에 끊기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개업자가 몇 년간 영업사원을 대신해 영업점 셔터를 열고 닫고 청소도 해주고 점심도 사주면서 관계를 맺어놨는데 이를 한 번에 끊는다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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