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4년 미국 시카고 시어스타워(110층,443m) 준공 이후 잠잠했던 초고층빌딩 붐이 다시 불고 있다. 무대도 미국에서 아시아로 넘어왔다. 자본주의의 상징탑으로 불리는 초고층빌딩이 아시아에서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말레이시아는 콸라룸푸르를 국제도시로 키우기 위해 1998년 88층, 452m높이의 KLCC빌딩을 짓는다. 시어스타워가 지어진지 42년만에 100여m가 높아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불을 뿜기 시작한 높이 경쟁은, 2004년 대만 타이페이 101빌딩(508m), 2008년 아랍에미리트 버즈두바이(830m) 등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높이 경쟁은 향후 1-2년새 1000m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쿠웨이트와 두바이에서 이같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경제성은 없다 = 전문가들은 초고층빌딩 자체의 경제성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층고가 높아질수록 시공비가 늘어나고(저층건물의 1.5배), 공용공간이 커져 쓸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100층 이상이 되면 엘리베이터 피난계단 등이 차지하는 공간이 실사용공간의 2배 이상된다.
초고층빌딩의 건축비는 버즈두바이 10억달러, 타이페이101 6억달러, KLCC 4억달러 수준이다. 타이페이 101의 경우 금융비용과 사업추진비를 포함해 총 18억달러가 들었다. 이에 따라 투자원금을 회수하는데만 최대 2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빌딩은 모두 국유지와 시유지에 지었기 때문에 땅값 부담이 없지만 땅값을 포함하게 되면 투자수익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내 초고층빌딩의 경우 땅값과 건축비의 비율이 6대4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징성으로 인한 집객효과로 경제성도 보완할 수 있다. 초고층빌딩은 대부분 오피스, 호텔, 상가로 구성되는데 글로벌 기업과 명품점을 유치해 높은 임대료를 받고 이들을 찾는 고객을 상대로 호텔사업을 하는 방식이다. 초고층빌딩의 임대료는 주변 빌딩의 2배에 달한다. 버즈두바이의 경우 착공 전에 아파트 901가구(30,40,56,63평)를 평당 2300만-3200만원에 팔아 건축비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층 빌딩이 관광코스로 자리잡으면서 관광수입에 기여하는 측면도 크다. 101빌딩의 경우 연간 150만명이 찾으면서 전망대 수입만 연간 150억원에 달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 국내 초고층빌딩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부산 롯데월드(107층, 465m)가 첫삽을 떴으며 마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130층, 580m), 잠실 제2롯데월드(110층, 555m), 인천 송도 국제금융센터(105층) 등도 계획 중이다.
초고층 빌딩이 너무 많이 들어서면 상징성과 경제성을 모두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더 늦기 전에 한 곳이라도 추진하는 게 급선무다. 2010년이 되면 100층짜리 빌딩으로는 더 이상 초고층빌딩 시장에 명함을 내밀지 못하게 된다. 상징성마저 확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지난 6월 대학교수, 연구원 등 관련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3.7%(59명)가 초고층 빌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초고층빌딩 시공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건설 관계자는 "초고층빌딩 시공력은 세계 최고수준인데 아직까지 국내에서 100층짜리 빌딩을 짓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마천루
1931년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02층, 381m)
1972년 뉴욕 세계무역센터(110층, 417m)
1974년 시카고 시어스타워(110층, 443m)
1998년 콸라룸푸르 KLCC빌딩(88층, 452m)
2004년 타이페이 101빌딩(101층, 508m)
2008년 두바이 버즈두바이(160층, 83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