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기성세대에겐 식혜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료겠지만 젊은 세대에겐 완전히 새로운 음료에요.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재미를 찾아나서다 보니 비락식혜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된 셈이죠.”
| 윤종혁 팔도 마케팅2팀 선임.(사진=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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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비락식혜’가 최근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를 관통하며 3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팔도 본사에서 만난 팔도 마케팅2팀 윤종혁 선임은 변하지 않는 맛과 품질을 기본으로 새로운 소비자들과 접점을 넓히려는 다양한 마케팅 노력이 주효했다고 봤다.
비락식혜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 7300만개를 기록한 데 이어 출시 30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꾸준히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누적 19억개 판매를 돌파한 데 이어 내년에는 누적 판매량 20억개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비락식혜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출시됐다. 출시 초기에는 ‘전통음료’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출시 이후 2년간 2억개가 팔릴 정도로 히트상품이 됐다.
다만 팔도는 전통음료라는 점만을 만을 강조해선 비락식혜가 지속 가능할 수 없다고 봤다. 윤 선임은 “비락식혜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선 변하지 않는 맛과 품질로 기성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식혜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소비자들을 꾸준히 확보하는 것이 과제였다”며 “식혜가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하고 시원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색다른 음료라는 점을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배우 김보성을 앞세운 ‘으리광고’가 그 첫 시도였다. 윤 선임은 “우리 쌀, 보리로 만든 전통음료와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광고를 선보여 비락식혜가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비락이’, ‘밥알이’ 등 비락식혜 캐릭터는 물론 500㎖ 페트 용량을 선보인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돌연 불어온 ‘할매니얼’ 열풍은 얘기치 못한 기회가 됐다. 윤 선임은 “좀처럼 성장 기회를 잡기 어려운 국내 음료 시장에서 할머니 감성, 옛것에 대한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포착했다”며 “트렌드로 시작한 할매니얼은 이제 하나의 소비 영역으로 자리하면서 비락식혜가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아 238㎖ 캔 제품의 뚜껑 이벤트 역시 이같은 할매니얼 열풍을 적극 활용하려는 시도다. 캔에 표시한 QR코드를 스캔 후 캔 뚜껑 뒤에 적힌 숫자를 입력하면 자동 응모되는 방식이다. 이 이벤트 역시 과거 음료제품들이 캔 뚜겅 뒤에서 경품당첨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던 소비자들의 추억에서 착안했다.
윤 선임은 “내년에는 새로운 맛의 식혜를 출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최근 우리 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를 강조한 마케팅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