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은 말 그대로 잘 안 들리는 증상을 말한다. 질환이라기 보다는 잘 들리지 않는 증상 그 자체를 일컫는다. 국내 난청 인구는 2026년 300만 명, 2050년 7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대한이과학회). 인구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난청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국내 난청 인구를 약 1300만 명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난청으로 진료를 받는 사람도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청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2021년 74만2242명으로 2017년 54만8913명에서 4년간 35.2%나 크게 늘었다.
이현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난청이 생기면 말소리가 분명하게 안 들려 말을 자꾸 되묻게 되고, TV나 라디오를 들을 때 볼륨을 더 높이게 되는데 심하게는 대인기피증, 우울증, 치매 같은 2차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음 환경과 노화로 인한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 증가
난청의 원인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고주파 영역의 고음역부터 조금씩 나빠지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나이가 들면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에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우나 중이염의 반복 등으로 난청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청력은 30~40대부터 감소가 시작되는데 65세 이상 고령층의 30~40%에서 난청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다.
난청은 정도에 따라 조그마한 소리를 못 듣는 ‘경도 난청’, 중간 크기 소리를 못 듣는 ‘중등도 난청’, 큰 소리도 잘 안 들리는 ‘고도 난청’, 아예 들리지 않는 ‘심도 난청’이 있다. 소리가 들려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면 이 또한 난청이다.
이현진 교수는 “다행히 난청은 유형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고 어느 정도 난청이 진행되더라도 재활이 가능하다”며 “난청 중에서도 들리는 신경의 기능이 감소한 감각신경성 난청은 적절한 보청기 착용을 통해 청력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기 치료 놓치면 사회적 고립, 우울증, 치매 발병 위험 커져
난청의 조기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는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을 넘어 사람들과의 대화가 힘들고 줄면서 사회적 고립, 우울증 등으로 이어지기 쉽고 나아가 인지장애나 치매 발병 위험까지 커진다. 또 만족스러운 청각 재활도 어려워진다. 조기에 보청기를 끼면 잘 들렸을 질환도 치료 시기를 놓치면서 효과가 떨어진다. 마치 자동차 엔진이 성능이 좋을 때 잘 관리해 주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노화성 난청, 적극적 보청기 착용으로 진행 늦춰야
난청은 그 종류와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청각 검사 외에도 영상·뇌파·유전자 검사 등 여러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맞춤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특히 소아의 경우는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하고 향후 난청의 진행 정도를 파악해 인공와우 수술이나 보청기 착용을 통한 청각 재활 결과를 예측한다.
반면 노화성 난청은 주요 원인이 노화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인 보청기 착용을 통해 진행을 늦추고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청력검사로 난청의 진행 속도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보청기를 조절해가며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청은 조기에 진단하고 재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령화와 함께 이어폰 사용이 확산하면서 난청 인구도 늘고 있다. 노화, 소음 등으로 소리 감지 역할을 하는 유모세포가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다.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젊어서부터 주의하고 중이염이 장기간 지속되면 난청으로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이비인후과 질환 발생 시 방치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교수는 “노화로 인한 난청의 경우 안 들려도 보청기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하지만 재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보청기 착용과 적응이 어려워진다”며 “난청도 초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보청기를 착용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큼 재활이 가능하다. 보청기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안경처럼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