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사건팀은 올 한 해 발생한 주요 사건·사고 중 꼭 되짚어 봐야 할 것들을 키워드별로 선정해 총 4회에 걸쳐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관련기사(클릭) ①안인득·고유정 인면수심 범죄…공포 질린 국민들 ②클럽 폭행시비가 경찰 명운까지 뒤흔든 버닝썬 게이트 ③붐비는 광장…‘민주주의 위기’ 고한 집회공화국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국내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던 ‘이춘재(화성) 연쇄살인사건’이 풀렸다. 경찰은 지난 7월 이춘재 사건 현장에 남아 있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해 해당 DNA가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이춘재의 것과 일치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은 이춘재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특정하고 여죄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모방범죄로 알려진 8차 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해 충격을 줬다. 이미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52)씨’가 20년간 옥살이를 한 뒤였기 때문이다.
|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경기도 화성군을 일대로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10명이 연이어 살해당한 사건이다. 잔인한 수법과 범인이 잡히지 않은 탓에 많은 시민을 공포에 떨게 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가 된 것만 봐도 그 공포를 짐작할 수 있다.
이춘재의 진술은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화성 사건 외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 사건을 저지른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가 자백한 사건 중 1989년 7월 화성군 태안읍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김모(8)양 실종 사건’은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사건이었다. 이외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도 이춘재가 저지른 범행이었다.
|
가장 충격을 준 건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의 모방범죄로 알려진 8차 사건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이는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박양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윤씨는 당시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현재 경찰과 검찰은 당시 윤씨가 범인으로 몰리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된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잘못됐다고 결론을 냈다.
윤씨 측 변호인은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 등을 재심 사유 요지라고 밝혔다. 검찰도 이춘재의 진범 인정 자백 등 새로운 증거의 발견, 불법감금과 가혹행위 등 수사기관 관계자들의 직무상 범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서 허위 작성 의혹 등을 근거로 재심을 개시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
8차 사건·초등생실종사건서 수사기관 과오 드러나
수사기관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화성 초등생실종사건’과 관련해서도 경찰이 피해자의 시신을 숨긴 혐의로 입건돼 충격을 안겼다. 경찰은 당시 김양의 시신 일부를 발견한 후 은닉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와 검사를 입건했다.
8차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경의 실책이 드러났다. 경찰은 범인이 담을 넘어서 박양의 방으로 침입했다고 파악했지만 윤씨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거동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또 윤씨는 당시 수사관들로부터 잠을 재우지 않고 불법으로 감금당하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재심 변호인단인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 과학수사하는 국과수 감정, 법원 재판 과정, 변호인 등 방어권 보호 시스템 중 하나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이 같은 불행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당시 작동된 사법시스템이 어떤 부분에서 제대로 작동 안 됐고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밝혀내 온 사회가 함께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