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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박순엽 기자] 평소 악성 댓글(악플)에 시달려 왔다는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지난 14일 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온라인 상에는 악플러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설리가 쏟아지는 악성 댓글을 견뎌내지 못해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면서 온라인에 만연한 악플 행태에 분노를 표현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설리가 오랜 기간 인터넷 상 악플과 갖은 루머에 시달리며 심적 고통을 호소해 왔던 만큼 이 참에 악플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플이 유명인들에게 미치는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악플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선 이를 심각한 범죄 행위로 보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형량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악플에 터널 비전 빠져…연예활동까지 중단했던 설리
이틀 전 세상을 떠난 설리는 아역 배우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해 가수와 연기자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널리 사랑받던 연예인이었다. 그러나 자연인으로는 악성 댓글에 끊임 없이 시달리며 고통받은 20대 청년이었다. 지난 2014년 설리는 온라인상에 떠도는 여러 루머와 악플로 인한 고통을 참다 못해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악플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그를 괴롭혔다. 설리가 연예계로 복귀한 이후에도 관련 기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엔 그를 비웃고 비난하는 수많은 글들이 달렸다. 설리는 지난해 한 방송에서 한때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는데, 심지어 이를 알리는 기사에서도 욕과 비난을 담은 댓글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평범한 이들이 남기는 악플…연예인 선처 악용하는 심리
이처럼 악성 댓글은 한 사람의 영혼을 파괴할 만큼 잔혹하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 실제로 악플을 다는 쪽도 대부분 매우 평범한 인물들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악성 댓글 게시자들을) 실제 조사해 보면 대부분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라면서 “악플러들이 열등감에 쌓여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대다수는 충동적으로 홧김에 댓글을 달았다고 진술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악성 댓글을 게시했다는 혐의로 경찰서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직업도 주부·취업준비생·교사 등 다양하다”면서 “20대가 제일 많긴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주로 활동하는 10~40대까지 악성 댓글 게시자 연령대도 골고루 퍼져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들은 비난 대상자가 느낄 감정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이 교수는 “악성 댓글을 다는 이들은 연예인을 볼 때 인격체가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댓글을 달 때 그 당사자들이 느낄 고통에 대해선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이 연예인들에게 원하는 이미지를 덧씌워 놓고 해당 연예인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혼자 실망하고 분노하는 경우도 많다”고 부연했다.
악성 댓글 관련 범죄, 최근 3년 새 4만건 이상 발생
악성 댓글 문제는 과거 많은 유명인을 괴롭히며 사회 문제로 조명받아왔으나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또 다른 누군가를 끊임 없이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은 지난 3년간 4만4182건이나 발생했을 정도로 온라인상 악성 게시물이나 댓글 관련 범죄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하게 퍼져 있다.
전문가들은 악성 댓글 범죄를 줄이기 위해선 이에 대한 심각성을 파악하고 형량을 강화하는 등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때 마침 온라인에서도 악성 댓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설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14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사이버 명예훼손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 악성 댓글을 막아야 한다`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장윤미 변호사는 “악성 댓글은 엄염한 범죄행위지만 대부분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끝나는 등 양형은 굉장히 낮은 편”이라며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만큼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양형을 강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