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 폐지 “민주주의 교묘히 이용한 백래시” ‘미투 운동 붐’ 속…역설적으로 폐지 잇달아 ‘메갈·워마드 낙인’…진정한 페미 찾는 과정
“대학생 대표자도 안 뽑히는 대학사회다. 학내자체가 와해하면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다. 이 상황에 성차별문제에 대해 논지제기를 하는 총여학생회의 존재는 그 자체로 불편하고 성가시기 때문에 없애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동국대, 연세대, 성균관대의 총여학생회 대표자들은 공동 집회를 통해 “총여가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윤원정 ‘동국대 31대 총여학생회 무빙’ 활동가(영어문학전공 16학번), 수빈 연세대 29대 총여학생회 ‘모음’ 회장(신학과 15학번), 최새얀 ‘성균관대 성 평등 어디로 가나’ 활동가(유학동양학과 15학번) 세 명의 대표를 만나 총여 폐지 흐름과 백래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총여 폐지 민주주의를 교묘히 이용한 백래시”
현재 서울 주요대학 중 남아 있는 총여는 연세대 한 곳이다. 지난달 23일 연대 30대 총여학생회 PRISM은 투표수 4432표 중 찬성 3002표를 얻어 찬성률 67.7%, 반대 18.3%로 당선됐다.
반면 미투가 크게 일었던 올해 역설적이게도 줄줄이 총여가 폐지되면서 서울 주요대학의 총여학생회는 연대를 제외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상태다.
최새얀 성성어디가 활동가는 “민주주의공화국에서 민주주의라는 말로 총여 폐지에 합리성을 부여한 것”이라며 “총여학생회가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총여학생회는 남정숙 전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교수의 미투 운동을 계기로 10년 만에 총여 재건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회칙상의 문제와 총여의 정당성을 이유로 총학생회 차원에서 총여 폐지 총투표를 진행해 거부당했다.
윤원정 동국대 31대 총여 회장은 “동국대 또한 계기도 없이 회칙개정과 함께 총투표가 발의됐다”며 “다른 단위들의 상황도 유사한 사례로 총여가 폐지됐다”라고 말했다.
‘워마드, 메갈 낙인’…진정한 페미 이뤄가는 과정
윤원정 회장은 “모든 여성주의자에게 워마드, 메갈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 상황”이라며 “그 질문의 저의가 ‘나는 네가 하는 여성주의운동에 반대하고, 너는 내가 말하는 페미니즘 운동을 해야 해’라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수빈 활동가는 “이런 말들을 면전에서 많이 들었다”라며 페미니즘 운동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질문에 대해 대답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여성주의 운동가가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사회악’ 같은 존재로 낙인 찍히는 데 대해 세 대표는 ‘남성중심 사회’에서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 생기는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새얀 활동가는 “여성들의 언어로 지금에서야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데 갈등이 심화한다든지, 역차별이라든지 하는 말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남성중심사회를 간과하고 말하는 것”이라며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부에서 조금씩 균열을 내는 것이 총여의 목표이자 활동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빈 활동가는 “이러한 백래시는 우리가 잘 설쳤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페미니즘, 성차별이 사회에서 가장 핫한 이슈로 떠오르는 것 자체가 일상의 성차별을 가시화할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반갑다”고 했다.
세 대표는 이런 논란 속에서도 총여가 학내 정치기구로 남아 있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수빈 활동가는 “대학이고, 학생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평등한 학내 공간을 위해 끊임없이 대화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며 “앞으로도 단위 간의 연대를 이끌어 내 제도권 밖의 활동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