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매출 제약사 4사4색 성장전략

유한, 외자사 도입약 비중 30% 넘고
녹십자, 백신·혈액제제 안정적 매출
광동, 비제약부문 다각화 성공
한미, 15년 지속한 R&D 바탕 기술수출
  • 등록 2017-07-03 오전 7:10:00

    수정 2017-07-03 오전 7:10:00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제약사들의 각기 다른 성장 전략이 관심을 끌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120년 역사의 국내 제약업계에서 매출 1조원을 넘은 회사는 유한양행(000100), 녹십자(006280), 한미약품(128940), 광동제약(009290) 등 네 곳에 불과하다. 대부분 제약사들이 복제약 중심의 영업에 집중하는 반면 상위 4개사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도입약·백신·사업다각화·기술수출 등 특화전략

지난해 유한양행의 매출은 1조3207억원으로 유한양행은 유일하게 3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유한양행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외국계 제약사에서 도입한 약이다. 매출의 10.5%를 차지하는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1392억원)를 비롯해 당뇨병약 트라젠타, 고혈압약 트윈스타,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 등 외국계 제약사 도입품목 매출이 409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1%를 차지한다.

유한양행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제약사들에게 파트너사로 인기가 많다. 오너십이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여서 ‘임기 중 문제가 될만한 일을 저지르지 말라’는 안전주의가 강하다. 연구·개발(R&D)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6%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신약개발에 집중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목소리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유한양행은 외국계 도입품목으로 축적한 자본을 R&D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택한 전략은 M&A와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2015년 이정희 대표 취임 이후 국내외 바이오벤처 12곳에 886억원을 투자했다. 벤처기업의 쓸만한 연구 주제를 선점해 신약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바이오벤처인 제넥신의 체내지속 기술을 도입해 연구중인 비알코올성지방간 치료제는 향후 당뇨병·비만으로 확장할 계획이고, 미국 제노스코에서 도입한 폐암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은 중국 제약사에 기술수출했다. 지난해에는 면역항암제를 연구하는 미국 회사와 합작사를 만드는 등 그동안 벌어진 R&D 격차를 급격하게 줄이고 있다. 신약개발 직접 투자도 늘렸다. 올해에 책정한 R&D 비용이 1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8%나 늘어났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신약개발 속도를 내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외부에서 개발된 유망한 후보물질을 적극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조1979억원의 매출을 올린 녹십자는 혈액제제와 백신이라는 두 바퀴가 매출을 이끈다. 녹십자는 알부민, 면역글로불린제제 같은 혈액제제 매출이 3737억원으로 전체의 36.2%를 차지한다. 독감, 일본뇌염, 수두, B형간염 등의 백신제제 매출은 279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7%를 점유한다. 녹십자는 세계보건기구의 독감백신 사전적격성평가 인증으로 범미보건기구(PAHO)의 독감백신 입찰 자격을 확보하고 있다. PAHO 입찰 참여는 아시아 제약사 중 최초이다. 녹십자는 2014년 이후 PAHO의 독감백신 입찰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독감백신은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접종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해에 한 번 만드는데, PAHO를 통해 남반구에 전달되는 독감백신은 우리나라의 백신 비수기인 겨울에 만들기 때문에 녹십자 입장에서는 연중 독감백신을 생산하는 셈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혈액제제에 특화한 호주 CSL이나 항바이러스제제가 강점인 길리어드처럼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특화전략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매달리는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광동제약은 삼다수,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같은 음료부문과 2015년 인수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 등 비제약부문의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 1조564억원 중 음료, MRO, 제약 비중이 각각 40%, 40%, 20%이다. 광동제약 매출 1조원의 일등공신은 최성원 회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인수한 MRO인 코리아이플랫폼이다. 코리아이플랫폼 인수 이전인 2014년 광동제약은 매출이 5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인수 첫해 9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광동제약은 비제약 부문의 수익을 신약개발에 적극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광동제약은 R&D 파이프라인이 다른 부문에 비해 약했다”며 “하지만 신약 R&D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제약부문에서 벌어들인 돈을 신약개발에 집중투자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2015년 8조원대 규모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에 성공한 한미약품은 10년 전만해도 ‘영업의 한미’라고 불릴 정도로 공격적인 영업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불법 리베이트 근절 정책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한미약품은 과감하게 체질개선을 시도했다. 15년 동안 R&D에 투자한 금액이 1조원에 육박한다. 매출 중 연구개발비 비중이 국내 제약사 평균(10.3%)의 약 두배인 18.1%나 된다. 무모한 도전이라 손가락질 받은 적도 있었지만 열매는 풍성하게 맺혔다. 2015년 기술수출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계약금만으로 51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39%가 기술료 수익이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지난해 기술수출을 1건만 성사시키면서 매출이 1조3000억원에서 8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제약 매출이 8050억원에서 8550억원으로 늘어났지만 기술료 수익이 277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서 차지하는 기술료 비중도 3%로 줄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기술수출한 후보물질이 반환되고 일부 계약은 조건이 변경되는 등 주춤했다”며 “하지만 지금도 23건의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으로 R&D 집중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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