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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춘오 국악지 라라 편집장] 국악관현악이 생긴 지 50년이 되는 해다. 피리와 해금의 명인 지영희 선생이 앞장서, 대규모 편성으로 국악의 현대적인 확장을 꾀한 것이 국악관현악의 시작이었다. 악기 개량을 비롯해 국악으로선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지만 아직 미완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국악관현악을 위한 작품을 매년 발표했지만 아쉽게도 재연하는 작품은 손에 꼽을 만하다.
국악관현악단을 둘러싼 문제에 큰 진전이 없는 가운데 국립국악원도 2004년에 창작악단을 만들어 여러 실험을 하는 중이다.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3차례에 걸쳐 열린 ‘산조하조’ 연주회에선 새로운 산조협주곡을 선보였다. 초연으로 발표한 5곡 중 ‘산조하조’란 주제에 걸맞은 대표작으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신경을 쓴 작품은 ‘피아노 산조협주곡’ ‘기타 산조협주곡’, ‘관현악 산조합주’ 등 3곡.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산조라 부를 만한 것은 ‘피아노 산조협주곡’뿐이었다.
이와 대비된 무대가 함춘호의 ‘기타 산조협주곡’이었다. 작품 해설에도 나왔지만 함춘호는 모든 기타 연주자의 ‘손맛’ 스승이고 기타와 대중의 접점에서 가장 뚜렷한 흔적을 남긴 음악가다. 곡명인 ‘이미테이션’(Imitation)처럼 산조의 틀을 모방해보는 방식을 취했다. 결과적으로 산조다운 연주를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은 했지만 그것이 산조는 아니었다. 대중음악 무대에서 함춘호의 수많은 연주를 지켜본 터라 이번 연주회에 가장 큰 기대를 했지만 세션처럼 뒤로 숨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함춘호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버리진 못하겠다. 이번 연주를 발판삼아 산조에 대한 나름의 연구를 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실이 있을 거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연주한 ‘관현악 산조합주’는 창작악단의 수준이 그래도 국내 최고의 국악연주단체로서 손색이 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연주력과 호흡에서 관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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