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이들 옷을 사러 위층으로 올라갔을 때 황씨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하 식품 매장과는 정 반대로 이번에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매장이 한산 했기 때문이다.
황 씨는 “친구들로부터 백화점은 이제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곳이라는 얘기는 얼핏 들었지만 이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식품 매장 없이 백화점이 유지될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쇼핑 1번지 백화점의 위상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지하 식품매장과 꼭대기 층 식당가를 제외하고는 주말이어도 매장에 사람이 북적이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들이 백화점을 인지하는 개념도 옷을 구입하는 곳에서 입어보고 구경하는 곳, 또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곳으로 바뀐지 오래다.
이러한 경향은 주요 백화점의 실적이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백화점의 전체 매출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식품매장 매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신세계(004170)백화점의 전체 7월까지의 매출도 전년 동기대비 1.6% 빠졌다. 하지만 본점 식품매장 매출은 올해 8월까지 11.3% 매출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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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도 변화된 쇼핑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교외에 아웃렛과 복합 쇼핑몰을 짓는 등 전통적 백화점 모델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수도권에 벌써 16개의 아웃렛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동과 대구 등지에 대형 복합쇼핑몰을 건성 중이다. 또 최근 잇달아 시행되는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에 주요 백화점들이 모두 출사표를 던지는 것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교외형 아웃렛도 백화점들의 과당 경쟁과 정부 규제 등으로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가는 복합쇼핑몰도 현재와 같은 불경기 상황이 지속된다면 백화점의 새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현재의 백화점은 쇼룸형태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백화점들이 나름 변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