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청년실업, '게으름'으로 몰아간 고용부·교육부

  • 등록 2014-04-04 오전 8:28:27

    수정 2014-04-04 오전 9:06:29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고용시장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학생들도 거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책을 묻는 말에 정부 고위 관계자가 내놓은 대답이다.

가뜩이나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로 비정규직 양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답이다.

정부는 청년 고용난을 ‘경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식은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청년고용대책 발표를 앞두고 지난 3일 서울 구로구 유한공고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고용촉진을 위한 간담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현오석(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서울 구로구 온수동 유한공고를 찾아 ‘청년고용을 촉진을 위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기재부 제공)
청년 고용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다. 취업이 안돼 좌절을 겪고 있는 청년은 대학가에 ‘널려 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따라서 이날 간담회에 대한 관심은 컸다. 간담회에는 고교재학생과 졸업생, 구직자, 취업자 등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줄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 정부가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한 학생은 “일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에서 회사와 대학을 함께 다니는 일·학습 병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정부가 강조하는 선(先) 취업 후(後) 진학의 경우도 야근하면서 대학에 어떻게 다니라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측의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실망을 넘어서 무성의에 가까웠다. 취업준비생, 직장인들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한 발언도 이어졌다.

박백범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학교에서 직업 인성교육을 더 하고, 현장에 나가는 학생도 각오를 좀 더 새롭게 해야 한다”면서 “‘주경야독’이라는 말처럼 그런 과정을 거쳐야 인생에서 성공한다”고 말했다.

야근이 고착화 돼 있는 우리나라 기업의 특성과 공부를 위해 야근을 빠지기 어려운 사회초년생의 현실을 반영한 의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내놓은 발언이었다.

일·학습 병행 어려움의 원인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학생 개인의 ‘게으름’ 때문으로 비춰질 수 있는 듯한 뉘앙스까지 풍겼다.

고졸 취업자와 대졸 취업자 간 임금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한 학생의 의견에 대해서도 정부 측은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재흥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임금 관련 실질 통계를 보면 고졸 4~5년과 대졸 임금격차가 크지 않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학력 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과거 정부에서 열린 고용과 고졸 채용 강조했으며, 이를 공공부문이 선도하고 있다. 2011년 말부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고졸 4년 차는 대졸 초임과 같도록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있지만, 민간은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등 지난 정부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졸 채용과 관련된 정책만 나열했다.

듣다 못 한 한 참석자는 “학생이 내놓은 의견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안이한 현실인식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간담회는 예정시간보다 1시간을 넘겨 끝났다. 이 자리에서는 분명히 정부가 곱씹어 보고 반영을 고려해봄 직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이 많았다.

이날 간담회가 형식적으로 진행된 ‘영혼 없는 간담회’ 였는 지, 경제 활력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는 발판이 될 것인 지는 이달 중 발표될 ‘청년고용 대책’에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가 결국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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