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카페]남이 사용하던 번호 쓰니..`스팸 폭탄`

  • 등록 2012-08-02 오전 8:25:05

    수정 2012-08-02 오전 8:25:05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한달 전 4G(세대) 롱텀에볼루션(LTE)폰으로 갈아탄 홍정환(36) 씨는 바뀐 번호로 하루에 수차례씩 오는 스팸 전화, 문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며 “카드값이 연체돼 OO일 정지된다”고 하는 전화를 받자 이전에 번호를 쓰던 사람에게 갈 연락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홍씨는 “전에 쓰던 016번호를 쓰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대리점에서 무조건 010 번호로 바꾸라고 하더라”며 “스팸 번호 차단을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2G·3G에서 LTE로 바꾸고 난 뒤 스팸 전화 및 문자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날로 늘어 나는 휴대전화 스팸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번호이동 정책이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사채를 쓰거나 카드빚을 진 사람들이 휴대폰 번호를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는데 ‘재수 없이’ 이런 번호를 받으면 각종 독촉 전화와 스팸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01X(011·016·017·018·019) 번호를 4G에 쓰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라며 “정부가 번호 자원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해 시행 중인 010 번호통합 정책으로 인해 본인이 쓰던 01X번호를 4G에서는 못 쓰게 돼서 벌어진 일”이라고 전했다.

010번호통합은 옛 정보통신부가 2004년부터 추진한 정책으로 01X 번호를 3G·4G폰으로 바꾸면 010 번호로 강제로 변경하도록 해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통신사업자 연합회에 따르면 LTE 마케팅이 본격화 된 올해 들어 이동전화 번호이동 건수는 2월 92만 건에서 5월 113만건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서민기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대표는 “올 상반기 LTE로의 번호이동이 급증하고 있는데 과거 2G에서 3G로 바뀔 때에도 이러한 휴대전화 스팸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며 “실효성 없는 정책 때문에 LTE 시대에도 스팸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통위 관계자는 “(010번호통합은) 회사별 브랜드가 된 번호를 통합해 번호자원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식별번호가 많이 필요한 사물통신(M2M) 등 미래 서비스를 위해서도 01X번호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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