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물가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과 정반대인 디플레이션 신호는 모든 상품에 하락압력을 가하고 있다. 산업용 금속의 재고 증가와 주가 급락 등 시장 안팎에서 하락 요인들이 출몰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역시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50달러가 무너지면서 동반 급락했다.
◇ 금, 이틀 연속 상승 마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12월물 가격은 12.70달러 오른 온스당 748.70달러를 기록했다. 은 12월물 가격은 28.5센트 내린 온스당 9.025달러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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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 2년물 수익률이 1% 이하로 떨어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부양을 위해 다음 달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주식시장 폭락은 금 매수세에 힘을 보탰지만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점은 상승폭을 제한시켰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4달러 급락한 49.62달러에 마감됐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생겨나면서 향후 금값 전망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동안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 투입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디플레이션에 대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통화가치를 상승시키고, 금 투자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HSBC는 한 보고서에서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낮다는 점은 금값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유가 상승이 억제되고 있다는 점은 디플레이션의 또다른 신호”라고 밝혔다.
한편 은과 백금 가격은 이날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백금 1월물 가격은 33.60달러 내린 온스당 790.10달러를 기록했는데 최근 들어 은 가격은 금보다는 비철금속 움직임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데니스 가트먼 이코노미스트는 “백금과 팔라듐, 은은 현재 구리나 아연, 알루미늄보다 조금 더 비싼 편”이라면서 “이들 금속은 비철금속 약세를 따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가격은 톤당 110달러 내린 3480달러에 장을 마쳤다. 알루미늄 가격은 93달러 내린 톤당 1785달러에 마감됐고, 니켈은 톤당 350달러 내린 99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NYMEX에서 구리 12월물 가격은 2.60센트 내린 파운드당 1.5755달러(톤당 3473달러)에 마감됐다.
디플레이션 우려 외에도, 지속적인 재고 증가와 미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불안감은 산업용 금속 수요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내 주요 3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표결이 다음 달로 연기되면서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
마이클 그로스 옵션셀러즈닷컴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업체들의 파산 위기는 구리값을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사인 노릴스크 니켈은 러시아 외 지역의 생산량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니켈값은 톤당 10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 주가 급락·디플레이션 우려..농산물 약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12월물 가격은 부셸당 15센트 내린 3.6375달러를 기록했다. 대두 1월물 가격은 41센트 내린 부셸당 8.56달러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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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락과 전세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은 농산물 수요 전망을 악화시켰다. 이날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444.99포인트 내린 7552.29를 기록했고, S&P 500지수도 54.14포인트 떨어진 752.44를 나타냈다.
히가키 게니치로 쓰미토모 상사 관계자는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견인하고 있다. 유가와 농산물은 주가를 그냥 따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 농무부(USDA)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지난주 옥수수 수출량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USD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한 주 동안 옥수수 수출량은 43만3800톤으로, 지난 4주 평균치보다 1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