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0대, 부동산에 빠지다

전세 낀 1억 안팎 소형주택에 투자 몰려
부동산 서적 불티, 동호회 정보교환 활발
전문가들 “자칫 막차… 무리한 투자 말라”
  • 등록 2007-11-16 오전 8:42:27

    수정 2007-11-16 오전 8:42:27

[조선일보 제공] 직장생활 6년째인 이모(여·28)씨는 지난달 경기도 부천 중동신도시에 있는 43㎡(13평)짜리 아파트 한 채를 장만했다. 투자금액은 3300만원. 집값은 8100만원이었지만 전세보증금 4800만원을 끼고 사는 방식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이씨는 “친구들이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는데 나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주택 구입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사회에 갓 진출한 20대 직장인들도 부동산 투자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 4~5년간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젊은 층도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대한민국 20대, 내집 마련에 미쳐라’와 같은 서적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20대 부동산 투자가 붐을 이루고 있다.

◆서울 변두리 소형 주택 투자

부동산에 투자하는 20대 직장인의 공통점은 서울 변두리나 수도권 지역에 있는 1억원 안팎의 중소형 주택과 오피스텔을 집중 공략한다는 것. 큰돈이 없는 데다 각종 규제로 은행 대출이 제한된 만큼 3000만~4000만원 정도로 투자할 만한 곳을 찾기 때문이다.

외국계 마케팅회사에 다니는 박모(여·28)씨는 지난 5월 1300만원을 들여 경기도 군포시 산본역 근처에 있는 69㎡(21평)의 오피스텔을 샀다. 매매가격은 5500만원이지만 전세금 4200만원을 끼고 구입한 것. 이씨는 “오피스텔은 아파트 청약 시 주택 보유자로 분류되지 않고 투자금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 김희선 전무는 “서울 강남권 등의 중대형은 하락세이지만 20대들이 주로 투자하는 저렴한 소형 주택들은 가격이 이상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호회·강좌 적극 활용

40·50대가 주변 사람의 조언이나 스스로 투자를 결정한다면 20대 직장인들은 부동산 재테크 동호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회사원 홍모(29)씨는 3년 전부터 인터넷 부동산 재테크 동호회에 가입하기 시작, 현재 ‘판교연합회’, ‘분당소형아파트’ 등 약 40개 동호회에서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회원끼리 투자 유망 물건이나 개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투자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매 강의를 듣는 20대도 늘고 있다. 명지대 부동산 대학원 김영선 교수는 “예전에는 나이 지긋하신 분이 거의 전부였는데 3~4개월 전부터 20대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재테크 붐은 공인중개사 시험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의 17%가 20대.

◆“집 안사는 것도 재테크”

20대 부동산 투자 붐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칫 막차를 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주택가격이 조정기에 접어든 만큼 무리하게 대출받아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무주택자에게 아파트 우선 당첨권을 주는 등 각종 혜택을 늘리는 만큼 내집 마련을 미루는 것도 재테크의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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