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시리아가 국제 사회의 압력에 굴복해 레바논 주둔 시리아 군의 단계적 철군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철군 시기를 밝히지 않은데다 레바논에 대한 시리아의 영향력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때문에 미국은 "시리아 정부의 철군 계획은 미흡하며 즉각 전면 철수를 시행하라"고 다시 압박하고 나섰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레바논 주둔 시리아 군을 모두 동부 시리아-레바논 국경 지역으로 이동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 전체 병력을 먼저 동부 베카 지역으로 철수한 뒤 추후 레바논-시리아 국경지역에 재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써 시리아는 레바논 주둔 시리아군의 철수를 명시한 1989년 9월 타이프 협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559호를 완전 이행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리아는 철군이 미국 등 서방 세계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협정에 따라 스스로 철수를 결정한 것이란 뜻을 나타했다. 레바논에 대한 영향력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철군이 레바논 내 시리아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시리아의 레바논 내 영향력과 역할은 군 병력의 존재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철군 시기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1976년 내전에 휩싸인 레바논의 안정을 명분으로 주둔하기 시작한 시리아 군은 한때 7만명에 이르렀으나 타이프 협정에 따라 2000년부터 철군을 시작해 현재 1만4000명이 남아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에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시리아가 지난달 14일 피살된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의 암살을 배후 조종했다고 여기고 있으며 이 참에 시리아 군을 레바논에서 완전히 몰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늦어도 레바논 총선이 예정된 오는 5월 이전에 시리아 군과 정보요원이 완전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