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눈밭 주의하세요' 겨울 되면 늘어나는 치질

치질 환자의 70% 차지하는 치핵, 혈관 조직에 문제 생겨
추위에 민감한 항문 혈관 조직, 연말 술자리 주의해야
  • 등록 2024-12-28 오전 7:07:06

    수정 2024-12-28 오전 7:07:06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뒤처리를 하는데 휴지에 피가 묻어나오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특히 약간의 출혈을 넘어 항문 밖으로 살 같은 것까지 빠져 나오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 치질이라는 병명은 자주 들어왔지만 이러다 괜찮아질 것 같아 방치한다. 그러다 병을 키우고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돼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특히 겨울철 항문 조직은 더욱 민감한 시기다.

치질은 치핵, 치루, 치열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치질 환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치핵은 대표적인 항문 질환으로 배변의 충격을 완화하는 혈관 조직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항문관 내에는 배변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혈관층이 있다. 혈관들이 그물망처럼 얼기설기 뭉쳐 있는 모습을 하며 쉽게 생각하면 쿠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반복되는 배변과 힘주어 변을 보는 습관은 복압을 유발하고, 항문관의 정맥층에 다량의 혈액이 고여있게 만든다. 이런 상태에서 대변덩어리가 직장에서 항문쪽으로 밀고 내려가면서 정맥층이 아래로 밀리게 된다. 치핵은 이런 과정으로 발생하게 된다.

치핵은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뉜다. 외치핵은 항문 입구 밖의 피부로 덮인 부위에서 발생하는데 통증이 심하고 피부가 늘어진다. 내치핵은 가끔 출혈이 동반되는 1도 치핵, 항문 입구로 치핵이 내려왔다가 배변의 중단으로 저절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2도 치핵, 쉽게 항문 입구로 빠져나오나 안으로 밀어 넣어야 다시 들어가는 3도 치핵 등이 있다.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4도 치핵도 있다.

치열은 딱딱한 변을 배변할 때 항문 입구가 찢어지면서 발생한다. 배변시 나타나는 날카롭고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나타나며 만성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배변 후 휴지로 닦을 때 밝은 선홍색의 피가 휴지나 변에 묻는다.

치핵과 같은 치질 환자는 겨울에 급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치질 환자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0~12월에 급증했고 1~3월에 많은 환자수를 유지했다. 항문의 혈관 조직은 추위에 민감하다. 항문 주위의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장애가 발생한다.

겨울에는 활동량이 줄어들고 샤워하는 횟수도 사람에 따라 줄어든다. 스키 등 겨울철 대표적인 스포츠를 즐길 때 눈밭 위에 앉거나 구부린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항문에 자극을 준다. 연말 늘어난 술자리도 영향을 준다. 알코올이 항문의 혈관을 확장시켜 항문 조직을 부풀어 오르게 하며 증상이 심해진다. 또한 술자리에서 먹게 되는 자극적인 음식도 변으로 나오면서 항문을 자극해 치질을 악화시킨다.

1도, 2도 치핵은 보존적 요법으로 완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3도, 4도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며 수술을 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심한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해야 하며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는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세란병원 복부센터 고윤송 센터장은 “항문 질환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고 흔히 발생하지만 증상이 심해지기 전까지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항문 주위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항문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고윤송 센터장은 “경미한 증상이라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증상의 악화를 막을 수 있으며 치료 후에도 관리를 잘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치질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치핵으로 변비, 임신과 출산, 과도한 음주, 낮은 기온 등이 위험 인자가 될 수 있다. 항문 부위가 차가운 곳에 노출되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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