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중국과 유럽 등 시장 부진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올해 본격적인 수익성 하락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3분기에도 합산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판매대수 감소 우려에도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 등 고수익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해외 지역별 맞춤형 신차 출시 등 전략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현대차 체코공장 현지 임직원들과 함께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이창기 HMMC 법인장, 정의선 회장, 마틴 클리츠닉 HMMC 생산실장.(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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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각각 이달 24일과 25일에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3분기에는 직전 분기보다는 실적 하락이 예상되지만, 3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매출액 전망 평균치(컨센서스)는 42조9704억원, 26조666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8%, 4.3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현대차는 1년 전보다 3.06% 증가한 3조9388억원, 기아는 12.91% 증가한 3조234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들어 경기 침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기아에 대한 ‘피크 아웃’(정점 하락)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은 올해 예상 인도량을 지난해 924만대에서 24만대 줄어든 900만대로, 매출 전망을 지난해 3223억유로(472조1000억원)에 못 미치는 3200억유로(468조7000억원)로 낮췄다. 영업이익률 전망치도 6.5~7.0%에서 5.6%로 조정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중국 경제 악화 이유로 올해 매출 수익률을 기존 전망치인 10~11%에서 7.5~8.5%로 낮춰 잡았다.
이처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실적이 부진한 건 유럽과 중국 등 주요 시장 수요가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8월 유럽연합(EU) 지역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는 9만2627대로 전년 동월 대비 43.9% 감소했다. 유럽 내 전기차 수요는 최근 들어 지속 감소세다.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중국산 전기차가 급부상하며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60%를 넘어서는 등 해외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현대차·기아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3.7% 감소한 34만3824대를 판매했다. 기아도 같은 기간 4.5% 감소한 24만9842대를 판매했다.
다만 전기차·하이브리드차(HEV) 등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수익성이 높은 차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의 경우 이미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미국·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의 수익에 집중하는 상태”라며 “내연기관차보다 수익성이 좋은 HEV 등 판매를 통해 판매대수가 다소 감소하더라도 매출 등 전체 수익성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역시 미국·유럽 등 시장 공략으로 올해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4분기 미국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본격 가동해 전기차뿐 아니라 HEV 생산을 병행하며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유럽에서는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과 기아 EV3를 선보이는 등 유럽 시장 맞춤형 수요에 대응해 나간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