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나라도 내 편 아냐"...'사위 강요에 성인방송' 딸 잃은 아버지

  • 등록 2024-07-13 오전 10:45:42

    수정 2024-07-13 오전 10:45:4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법이 내 편인 줄 알았다”

지난 12일 전 사위에게 3년형이 선고되자, 딸을 잃은 아버지는 이같이 울분을 토했다. 답답함을 가누지 못한 듯 입고 있던 옷을 찢어버리기도 했다.

사진=MBC 뉴스 캡처
아내 A씨를 집에 가두고 성인방송 출연을 요구하며 협박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군인 김모(37) 씨에게 검찰이 구형한 형은 징역 7년이었다. 그런데 인천지법 형사5단독 홍준서 판사는 그 절반도 안 되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 아버지는 선고가 끝난 뒤 법원을 나와 “너희 법 필요 없어! X 같은 세상! 3년이 뭐냐고, 3년이! 우리 딸이 원해서 한 거냐고!”라고 소리쳤다.

이내 주저앉아 오열한 A씨 아버지는 “내가 이 사회를 저주할 거야! 내가 이 사회 가만히 안 놔둬!”라며 한참 동안 분을 삭이지 못했다.

또 “7년도 부족하지만, 내 편인 줄 알았다. 법도 내 편이 아니고, 이 나라도 내 편이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며 흐느꼈다.

A씨 아버지는 “(딸이) 마지막 아빠한테 전화해서 뭐라고 한지 아느냐? ‘3년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그만하려고 해. 이혼하기로 했어’(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내 A씨를 집에 가둔 채 성인방송 출연 등을 강요하고 나체 사진을 가족에게 보내겠다며 협박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2월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아내를 자택에 감금한 채 성인방송 출연을 강요한 혐의 등을 받는 30대 전직 군인이 지난 2월 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은 김 씨에 대한 엄벌 필요성을 인정했다.

홍 판사는 “피고인의 범행은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이 됐다”며 “피해자 아버지를 포함한 유가족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방송 수입에 의존하다가 이혼을 요구받자 협박했다”며 “범행 동기를 보면 비난받을 가능성이 커 실형으로 엄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강요 혐의 자체가 기소되지 않아 이를 판단할 수 없었다고 했다.

홍 판사는 “구속 당시에는 피고인이 성인방송과 음란물 촬영을 강요한 혐의를 받았지만, 결국엔 (해당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아 이 사건 판단에 반영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피해자 사망으로 증거 확보에 한계가 있어 피고인의 강요 혐의는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홍 판사는 “피해자와 가까이에 있던 다른 BJ 등이 피해자가 방송 스트레스로 인해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비롯해 다양한 양형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A씨 아버지는 “무조건 항소하겠다”고 했고, 검찰도 항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A씨 아버지는 “김 씨가 성인방송 수입금으로 고급 차와 명품 옷, 운동화로 자신을 과시하고 다녔다”며 “저는 딸이 숨진 뒤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도 없고 직장도 그만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MBC 뉴스에 출연해 눈물을 쏟으며 “(수사기관이) 엄정하게 처리해 주셨으면 그런 바람밖에 없다. 저희가 힘든 것은 둘째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불법 촬영물 공유) 그걸 확실히 처리해 줬으면 이러한 결과가 없었을 건데 그게 군에 좀 강력히 항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당시 육군 상사였던 김 씨는 SNS에 여성 나체 사진 등 불법 촬영물을 98차례 올렸다가 강제 전역 조처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유포 혐의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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