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시절 모를텐데…MZ세대는 왜 전두환에 분노하나

노태우와 비교…추징금 미납, 사죄 없어
청년들, 역사 교육·매체 등 간접적 영향
홍준표 2030세대 반발로 조문 계획 철회
"사과·반성 없이 호화롭게 살다 떠나 분노"
  • 등록 2021-11-27 오전 11:03:00

    수정 2021-11-27 오전 11:26:18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고(故) 전두환씨가 지난 23일 사망한 뒤 27일 발인을 거쳐 영면에 들어간다. 그러나 전씨의 급작스런 사망을 계기로 고인을 잘 몰랐던 2030 청년 세대들이 과거 행적에 분노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인권·민주주의 탄압, 그리고 부정축재 추징금 미납에 대한 사과 없이 떠나면서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2030 세대들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2019년 3월 11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가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전씨는 자신이 저지른 12·12 군사 쿠데타, 5·18 광주항쟁 유혈 진압 등에 대해 사죄 없이 떠났다. 5·18을 ‘폭동’이라고 부르거나, 2205억원의 추징금 납부를 명령하자 “예금자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말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이 사망을 계기로 다시금 부각됐다.

반면 그의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였던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은 측근을 통해 5·18 탄압에 대한 사과 의사를 밝히고, 무엇보다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 전씨가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29일 만에 숨지면서 둘의 행적은 더욱 비교되는 모습이다.

2030은 전두환 집권 시절을 직접 겪지 못했지만 각종 미디어와 교육 등으로 당시 상황을 접하면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5·18을 담은 ‘화려한 휴가’, ‘박하사탕’, ‘택시운전사’, 그리고 전두환 정권 시절 인권탄압과 직선제 도입 과정을 그린 ‘1987’ 등 영화가 흥행하면서 당시 상황은 친숙하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커뮤니티 ‘청년의꿈’에 전씨의 조문 의사를 철회하는 게시글을 올렸다.(사진=청년의꿈 캡처)
지난 24일에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전씨를 조문하려다 청년들의 반대에 부딪쳐 철회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자신이 만든 커뮤니티 ‘청년의꿈’에서 2030 세대의 반발이 거세자 “조문을 가려고 했는데 절대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다”며 “그 의견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반성 없이 호화롭게 살다간 고인의 생애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사과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누릴 건 다 누리면서 잘 사는 게 요즘 청년들이 말하는 ‘공정’과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직접 그 시대를 겪어보진 않았지만 전두환의 삶은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모(26)씨 또한 “사과나 반성 없이 골프 치면서 호화롭게 잘 살다가 벌도 안 받고 가는 현실에 분노했다”며 “대통령이었다고 해도 벌을 받아야 하는 게 공정한 것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들이 전씨에 대해 분노하는 상황이 상식적인 일이며 오히려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는 “전씨에 대한 분노는 비단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인권, 평화, 정의와 관련된 보편적인 문제”라며 “꼭 경험하지 않았어도 역사적 진실을 아는 통로는 많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당연히 분노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개인주의라고 하지만 (전씨를 보는) 현상은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행적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인 기준이 생겨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누고 학살한 사실에 내란·반란죄가 적용됐고, 상식적으로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2030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