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뇌 이야기를 합니다. 뇌는 1.4 키로그램의 작은 용적이지만 나를 지배하고 완벽한 듯하나 불완전하기도 합니다. 뇌를 전공한 의사의 시각으로, 더 건강해지기 위해, 조금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어떻게 뇌를 이해해야 하고, 나와 다른 뇌를 가진 타인과의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함께 탐구해보겠습니다. 일주일 한번 토요일에 찾아뵙습니다.
| 조성진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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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순천향대 부속 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요즘 문화적 한류의 열풍은 건국 이래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아이돌’이라 불리는 남자가수들은 노래뿐만 아니라 외모로도 전 세계의 여심을 훔치고 있다. 요즘의 인기있는 남자들은 사냥을 하던 수렵채집인 시대의 근육질의 남성상과는 거리가 먼 중성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듯하다. 여성의 선호도가 수컷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마초 스타일에서 꽃미남 스타일로 바뀌었다기보다는 머릿속까지 마초적인 남자들을 싫어하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갈등을 일컫는 ‘젠더갈등’이 사회 전반에 걸쳐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젠더갈등은 젊은 층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남성을 대표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은 척추동물에서 발견되는 스테로이드 성 호르몬이다.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수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이 호르몬은 남성의 골격과 근육의 크기 발달 및 생식을 위한 성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공격성의 발현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되면 성별에 상관없이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아지고, 반대로 낮은 지위에 있으면 수치가 낮아진다고 한다. 2014년 호주 시드니의 정신분열증 연구소의 보고에 의하면 테스토스테론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며, 이 두 호르몬이 과다한 사람들이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병이 잘 발생한다고 하였다. 결국 테스토스테론이 높은 사람은 뇌의 전전두엽이 파괴된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게 되고, 고집불통의 사람이 되기 쉽다.
반대로 여성을 대표하는 호르몬은 에스트로겐이다. 대부분 난소에서 생성되나 남성에게도 존재한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에스트로겐이 뇌의 시상하부, 편도체, 해마, 대뇌피질에서 수치가 높다는 것이다. 남자에게도 뇌의 에스트로겐 농도는 여자와 비슷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오거스타대 연구자들이 이 이유를 밝혀냈는데 신경세포인 뉴런이 에스트로겐을 만들며, 이는 기억력과 인지능력 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에스트로겐이 관여하는 유방암 환자에게 에스트로겐을 억제하는 약을 쓰면 기억장애가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흔한데 뇌의 에스트로겐 농도가 감소하여 발생하는 것이라 추정된다고 하였다.
남성에서의 에스트로겐은 아로마타제라는 효소가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로겐으로 전환시켜 만들어진다. 남성에게 에스트로겐이 과다한 경우에는 체중증가, 전립선 암, 성기능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부족한 경우에도 골다공증, 지질과 인슐린 대사의 이상 등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엔 양대 산맥에 해당하는 두 호르몬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독일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에서 가장 이상적인 인격체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잘 조화된 상태다’ 라고 하였다. 이것은 의학적 측면에서 볼 때 남성이나 여성 모두에게서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과 일맥상통이라 생각한다.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의 결론은 사랑은 받는 것(take)이 아닌 주는 것(give)이라는 것이다. 즉 배려하는 마음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생떽쥐베리는 <미소>라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당신의 영혼과 내 영혼이 서로를 알아본다면 우리는 결코 적이 될 수 없다’ 서로 잘 모르기에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인격체와 이상적인 사회를 위해서 지금 우리 사회는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균형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