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비추는 창" 마블 코믹스는 80년간 미국 사회를 어떻게 담았나

1941년 히틀러와 싸우는 캡틴 아메리카 등
시공사 '마블 코믹스 창밖의 세상' 7월 출간 예정
  • 등록 2020-06-11 오전 6:00:00

    수정 2020-06-11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마블 코믹스 속에는 우리 창밖의 세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스탠 리(1922~2018) 마블 코믹스 전 명예 회장이 한 말이다. 세상을 위협하는 무리들에 맞서는 슈퍼 히어로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내세워 유명세를 탔지만 마블 코믹스는 언제나 우리 삶을 빠르게 반영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마블 코믹스가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특별판을 한국어로도 볼 수 있게 됐다. 시공사는 7월 한국 정식 출간을 앞두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오는 28일까지 책의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10일 기준 모인 금액은 2350만원으로 목표 금액 500만원을 훌쩍 넘겼다.

가장 주목할 만한 책은 ‘창 밖의 세상’(the world outside your window)이다. 스탠의 말처럼 미국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마블 코믹스의 단편 14개를 한 권으로 엮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처음 탄생한 1941년 4월 ‘캡틴 아메리카 코믹스’에 실린 ‘나치 요새의 포로’ 편이 포함됐다. 캡틴과 버키가 나치 수용소에 침투해 두 실존 인물 아돌프 히틀러와 헤르만 괴링을 상대로 싸우는 내용이다. 주목할 점은 이 이슈가 미국이 2차 세계 대전에 공식적으로 참전하기 수개월 전에 출판됐다는 것이다. 당시 참전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를 놓고 아직 미국 내에서 논란이 있던 상황이었다. 캡틴 아메리카의 작가 조 사이먼은 “세계 대전이 터지면서 아돌프 히틀러라는 악인 캐릭터가 생겨나자, 저희는 그 악인을 저지할 완벽한 히어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마블은 우리 사회의 문제와도 싸웠다. 1979년 11월 ‘병 속의 악마’에서는 알코올 중독에 대해 얘기한다.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술에 의지하는 토니 스타크가 중독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며 인간이 감당해 낼 수 없는 수준의 책임감과 압박에 시달린다면 아무리 용감한 전사라 한들 그 짐에 짓눌려 다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새겨 줬다. 1986년 11월 연재한 ‘뉴 뮤턴트’에서는 사회의 ‘혐오’와 싸우는 어린 엑스맨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마블의 뮤턴트들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혐오을 상징한다. 엑스맨 스토리 대표 작가 크리스 클레어몬트는 이 이야기에서 한 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을 그려 청소년이 혐오로 인한 괴롭힘을 당했을 때 어떤 심리적 충격을 받는지를 알려줬다.

충격적 테러 현장에서도 마블 영웅은 함께한다. 2001년 뉴욕에서 3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가 일어나자 당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 시리즈 작가 J. 마이클 스트라진스키와 존 로미타 주니어는 인기 시리즈의 스토리를 잠시 중단하고, 스파이더맨과 수많은 모험가들이 뉴욕의 현실 영웅들인 소방관, 경찰관, 구조대원들을 도우며 재난 현장을 수습하는 과정을 그려 추모를 했다. 가장 최근인 2018년에는 학교 내 총기 테러와 싸운다. ‘챔피언스’에서 어린 스파이더맨인 마일스 모랄레스가 다니는 브루클린 비전 아카데미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2009년 3월에는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가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취임식을 취재하러 출동했다가 위험이 발생하자 오바마를 구출한다. 해당 이슈는 큰 호응을 얻으며 5쇄까지 들어갔고, 판매 부수 또한 35만 부를 넘겼다.

마블 코믹스 ‘창 밖의 세상’ 표지(사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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