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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과 전세 대출 보증 상품 등을 공급하는 금융 공공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부동산 경기 호황에 남몰래 미소를 짓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공사에 내는 출연금과 수수료 수입 등이 늘며 보증 사업에 쓸 수 있는 재원이 많아져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가 관리 및 운용하는 정부 기금인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현금 자산 등 보유 자금(주택연금 계정 제외)은 지난해 말 현재 5조9429억원으로 1년 전(5조3475억원)보다 6000억원가량 늘었다.
공사는 기금 보유 자금을 장기 고정금리 주택 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제외한 전세 자금 보증, 중도금 보증, 모기지 신용 보증, 건축·개량 자금 보증 등 각종 보증 사업에 쓴다. 민간 대출자가 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전세 보증금이나 아파트 분양 중도금 등 주택 자금을 빌릴 때 지급 보증을 서서 대출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기금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가 주택금융공사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출금 지급 보증을 서는 대가로 매달 받는 출연금인데, 이 금액이 최근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많이 늘어나서다. 출연금은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에 일정 요율을 곱해서 정하는데 빚 내 집 사는 사람이 많아지며 공사가 받는 돈도 덩달아 불어난 것이다.
실제로 금융기관이 낸 출연금은 2015년 7067억원, 2016년 6150억원, 2017년 5726억원 등으로 계속 줄다가 올해 들어 8월까지 벌써 약 4700억원이 걷혔다. 공사는 올해 연간 출연금으로 받는 돈이 7000억원에 약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연금이 큰 폭으로 반등하며 기금에 쌓이는 돈이 많이 불어나게 된 것이다.
금융 당국이 최근 고(高)소득자가 전세 대출을 받아 집 사는 것을 막겠다며 다주택자의 전세 보증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고소득 1주택 보유자에게도 보증료를 올려 받기로 하면서 기금의 자금 사정은 더 나아질 예정이다. 나가는 돈은 줄고 들어오는 돈은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공사는 이달 15일부터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전세 자금 대출 보증 제공을 중단하고 부부 합산 소득이 연간 7000만원을 초과하는 1주택자(자녀 없음) 등에 부과하는 보증료율의 경우 현재 전세 보증금 4억~5억원 기준 보증금액의 0.25%에서 0.30%로 0.05%포인트 인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주택금융공사 직원이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행복한’ 상황이 된 것이다. 공사는 기금의 남는 여유 재원을 저소득층에게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저소득 취약 계층의 전세 대출 보증료를 추가로 인하하고 지원 대상을 더 발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금융 당국과 협의를 거쳐 조만간 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