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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남자는 힘이 세다’ 혹은 ‘여자는 꼼꼼하다’는 고정관념으로 업무가 결정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업무 재배분 이후 업무의 효율성도 높아졌고 사내 분위기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탈코르셋’, ‘탈갑옷’ 열풍이 직장내 업무행태마저 바꾸고 있다.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성평등 바람이 관습적으로 이뤄졌던 직장내 성차별을 개선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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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근로자들 사이에서 성별에 따른 업무 분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 왔다. 여성가족부의 ‘양성평등실태조사분석연구’에 따르면 임금 노동자 3903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9.3%의 응답자가 ‘직장에서 성별에 따라 업무를 배치하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답했다.
변화의 바람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공직사회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소속 여성 공무원을 숙직업무에 투입한다. 여성공무원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남성 공무원에만 숙직을 맡긴 탓에 업무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여직원들도 찬성 목소리가 더 높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된 일을 왜 남성만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꾸준히 있어왔다”며 “여성 공무원들도 적극 공감해 숙직 체계를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남성적인 조직인 군대 역시 변화의 바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방부는 여군도 전투부대 지휘관을 맡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금녀의 공간이던 GOP(휴전선 최전방 경계초소·general outpost)에서 여성 소대장을 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왜 여성 군인들을 GOP근무에서 배제하느냐’는 건의를 남성과 여성 군인 모두에게서 받았다”며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규정 개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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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성별로 구분하던 업무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IT업체에서 근무하는 박모(32)씨는 “남자직원이 많지 않아보니 창고 정리와 같이 몸으로 해야 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불려다니는 통에 업무에 차질이 많았다”며 “요즘엔 여직원들과 순번을 짜서 하고 있어 업무효율성과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성들의 탈갑옷 움직임의 영향으로 남성과 여성의 업무 경계가 점차 없어지고 있다”며 “남자와 여자이기 이전에 각자가 한 사람으로서 개성을 표출할 수 있어 개인이 가진 장점을 더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장내 성평등 바람이 결과적으로 다시 사회전반의 성평등 인식을 개선하는데 일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했다.
황정현 성평등센터 몸깨침 대표는 “여성이 가사를 담당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직장에서도 ‘커피타는 여직원’을 강요해 왔다”며 “성평등한 직장문화가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의 성평등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