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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은모(28·여)씨는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여성 후보자에게 한 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은씨는 “최근에 법무부가 ‘낙태죄 폐지는 성교하되 책임은 안 지겠다는 것’이란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는 등의 기사를 보고 국가 차원에서 여성의 권리가 대변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여성 후보에게 표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 이후 부쩍 높아진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6.13 지방선거에도 옮겨붙었다. 여성 후보자에게만 투표하겠다고 공언부터 여성 후보자가 없을 경우 투표용지에 ‘여성정치인’이라고 적은 무효표를 낼 것이라는 여성 유권자들도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연초 미투 이후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페미니즘이 선거 이슈로 부상한 것은 양성평등 사회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거쳐야할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여성 정치인 존재 자체가 여성 대표해줄 것”
회사원 김모(28·여)씨는 “지금까지도 마음에 드는 후보가 크게 없어서 선거 때마다 줄곧 한 정당만 차악이라고 생각하며 찍어왔다”며 “어차피 차악을 고를 바엔 여성 후보자에 표를 줘서 여성 정치인을 원한다는 사람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오모(22·여)씨는 투표용지에 여성 후보자가 없는 경우 투표용지에 ‘여성정치인’이라고 적은 무효표를 낼 예정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시민들이 ‘투표용지에_여성정치인’이라는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투표에게 투표하자며 서로 독려하고 있다. 트위터 ‘여성후보없음’ 계정에는 각 자치구역에 출마한 여성후보들만 소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후보들에게 여성정책을 요구하는 여성단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달 30일 6·13지방선거 여성정책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후보들과 여성 정책 협약을 맺었다. 해당 협약은 성평등 노동 행정체계 정비와 이주여성 지원 정책, 위안부 기념사업 지원 등 여성 권익 향상과 관련된 13가지 핵심 과제를 담고 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높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성 관련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나온 후보들도 적지 않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아예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충북도지사와 춘천시장, 전라도 순창군수 후보 등도 ‘전국 최고의 여성 친화도시를 만들겠다’ 등의 여성 권익 향상 관련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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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여성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인숙 여성학 박사는 “여성들은 인구의 절반임에도 정치에서 항상 소수로 전락해 온 만큼 페미니즘에 관심이 뜨거운 지금 여성 후보에게 투표하자고 독려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정치인이 늘어나면 여성 관련 정책도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여성 인권 지수가 높은 북유럽만 봐도 정치인의 여성참여율이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모든 여성 정치인이 꼭 여성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정치인이라고 해서 모두 여성 정책을 내는 것도 아니고 남성 후보랑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을 가진 정치인들도 많다”면서도 “여성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운동 자체는 여성들이 성적 자기결정권 등에 관심이 많다는 등 여성 관련 이슈들을 의제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