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올해 판매 물량은 이미 지난달에 열린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에서 모두 소진되어 버린 상태라 시승을 통해 볼트 EV의 판매량이 바뀌게 될 일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볼트 EV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내심 많은 기대가 되었다.
이번 시승 행사의 코스는 사실 무척 짧게 구성됐다. 서울모터쇼가 열린 킨텍스에서 자유로를 타고 성동IC를 통과해서 해이리 예술마을을 왕복하는 코스였다. 물론 2인 1조로 올 때 한 명, 갈 때 한 명이 타는 만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여유롭지 않았다. 짧은 코스가 내심 아쉽게 느껴지지도 했지만 볼트 EV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쉐보레 볼트는 4,165mm의 전장과 1,765mm의 전폭 그리고 1,610mm의 전고를 갖춰 해치백과 MPV 사이의 무엇인가를 설명한다. 휠 베이스는 2,600mm로 전장 대비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한편 쉐보레 볼트 EV의 공차중량은 1,620kg으로 배터리의 무게감이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다.
측면은 윈도우 라인에 곡선과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캐릭터 라인을 통해 전면부의 역동성을 이어간다. 전체적인 형상 외에도 C 필러에 ‘플루팅 루프’의 감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더했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은 깔끔한 해치백의 감각을 강조한 트렁크 게이트를 적용하여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쉐보레 볼트 EV의 실내 공간은 깔끔한 디자인과 함께 ‘기술의 발전’이 돋보인다. 일반 자동차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하얀색이 중심이 되는 실내 공간에는 큼직한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를 가득 메우는 10.2인치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끈다. 여기에 쉐보레 고유의 감각이 드러나는 스티어링 휠 등이 전체적인 실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은 실내 내장재에 대한 감각적인 만족도다. 삼각형이 연속되는 독특한 패턴을 통해 입체적인 표면 질감을 드러내는 패널은 촉각, 시각적 만족도가 높으며 플라스틱 패널 역시 일반적인 준중형 차량에 적용되는 수준의 만듦새를 보여 전반적을 만족도가 높다.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150kW를 내는 전기 모터를 장착했다. 이를 마력 기준으로 환산하면 2.5L 자연흡기 엔진이나 1.6L 터보 엔진 수준인 204마력이며 토크 역시 36.7kg.m에 이르는 수준이다. 시스템 상 최고 속도는 160km 정도. 한편 전력은 차체 하단에 배치된 60kWh 규모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공급된다.
쉐보레 볼트 EV의 전력 효율성은 복합 기준 5.5km/kWh이며 도심과 고속 연비는 각각 6.0km/kWh와 5.1km/kWh다. 이에 따라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는 383km(복합 기준, 도심 411km, 고속 349km)이며 급속 충전 약 한 시간 내에 80%를, 완속으로는 완전 충전에 약 9시간 45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쉐보레 볼트 EV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으면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배치한 만큼 다소 높은 시트 포지션이 느껴진다. 조금 더 낮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A 필러의 두께를 조절하고 윈도우 라인에 곡선을 더하며 넓은 시야라는 강점을 얻게 됐다. 이런 시야에 만족감을 가지며 스타트 버튼을 눌러 볼트 EV를 깨웠다.
전자 제어식 기어 쉬프트 레버를 조작해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면 다른 무엇보다 ‘부드러움’이 전해진다. 사실 전기차의 경우 내연 기관 차량보다 발진 시 저항감이 덜한 것이 특징인데 볼트 EV는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부드러움을 자랑한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보다 깊게 밟자 볼트 EV는 아무런 예비 동작 없이 곧바로 전기 모터의 힘을 제대로 발휘했다. 계기판 상으로는 제원보다 높은 158kW까지 출력을 냈다. 이 때 운전자가 느끼는 가속감은 상당히 인상적인 수준이라 엑셀레이터 페달을 계속 밟고 싶은 욕심을 끌어 낸다.
기존의 전기차와 달리 볼트 EV는 심리적인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시승 차량의 경우 배터리가 모두 충전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잔여 주행 거리가 300km 이상이었다. 그 수치를 보고는 ‘전기차의 주행 거리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완전히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심리 상태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이란 기존의 전기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일 것이다.
한편 쉐보레는 볼트 EV를 완성도 높은 전기차로 만들면서 ‘일반적인 자동차’가 담은 재미를 느낄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대부분의 전기 차량들이 엑셀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뗄 경우 곧바로 회생제동을 실시하지만 볼트 EV는 드라이빙 모드를 D와 L 그리고 스포츠로 나눠 주행 스타일에 대한 선택지를 제시했다.
덕분에 볼트 EV를 운전할 때에는 하나의 페달만으로도 차량을 조절할 수 있고, 주행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디맨드 온 리전 패들을 조작하며 내리막 길에서의 회생 제동을 극대화하는 등 운전자에게 또 다른 운전의 재미를 제시했다. 덕분에 시승을 하면서 브레이크 페달 보다는 디맨드 온 리전 패들과 L 모드를 자주 사용하게 됐다.
좋은 점: 뛰어난 출력, 주행거리 그리고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
안좋은 점: 아직은 부족한 인프라
여유로운 주행 거리와 뛰어난 출력 그리고 효율과 재미를 추구한 드라이빙까지 볼트 EV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존재였다. 되려 다양한 매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 단 하나의 강점으로만 모든 것이 집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을 정도였다. 게다가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분명 경쟁력이 있는 가격을 갖췄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었다.
이번 시승은 말 그대로 ‘쉐보레 볼트 EV가 주행 거리 말고도 다양한 매력과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단 두 시간 만에 볼트 EV가 소진 되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는 걸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