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정마비에 양심까지 마비된 공직자들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국정이 마비된 가운데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및 지역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일탈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자체 산하 출자·출연기관 직원이 출장계를 내고 대학원을 다녔거나 육아휴직 중에 유럽으로 개인적 여행을 다녀오는 등 국정혼란을 틈타 개인적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전시 산하 대전예술의전당(이하 대전예당) 직원들이 출장계를 내고 대학원을 다닌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014년부터 대전예당 소속 일부 직원들은 연가나 조퇴 처리 등의 기본적인 복무수칙을 위반한 채 서울지역 대학원에 다닌 것이다. 이들은 서울행 출장계를 내고, 오전에 잠깐 업무를 본 뒤 오후 대학원 수업에 다니는 수법을 썼다, 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출장비까지 타내기도 했다. 대전시 감사관실은 이들의 비위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해당부서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이고 있다.

1년짜리 육아휴직을 내고, 4개월간 유럽여행을 다녀온 공무원도 있다. 충남도 소속의 7급 공무원 A 씨는 자녀 양육을 이유로 2014년 7월 28일부터 지난해 7월 20일까지 1년간 육아휴직을 썼다. 그러나 A 씨는 휴직 기간인 2014년 10월 5일부터 지난해 1월 29일까지 4개월간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요르단, 이스라엘 등 유럽 6개국을 돌며 여행을 했다. 충남도는 A씨가 해외여행기간 받은 육아휴직수당 320만 5000원을 회수했다. 복무기강 해이에는 공공기관도 빠지지 않는다.

충남도 산하 출연기관인 충남테크노파크는 퇴직한 직원에게 수당을 주거나 증빙자료도 없이 출장비를 지급한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기관은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퇴직자 24명에게 복지 포인트 449만원을 지급했다. 또한 경영진에게 복지 포인트를 지급할 수 없도록 한 ‘경영진 보수 및 직무 청렴 의무에 관한 규정’을 어기고, 2013년부터 2년 동안 경영진 13명에게 788만원의 복지 포인트를 지급했다.

대전시 산하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도 자체 규정을 위반한 채 계약직 직원을 임의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해 물의를 빚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됐다고 공직자들의 양심과 복무기강까지 마비된 현실이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