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흥캠퍼스' 지지부진…배곧신도시 후폭풍 맞나

기본 협약 후 4년째 실시협약 미뤄
호반베르디움2차 분양권 웃돈 절반 '뚝'
'1·2차 완판' 한라비발디 3차 미분양
개교 지연 땐 입주자 집단소송 할 듯
  • 등록 2015-12-17 오전 6:00:00

    수정 2015-12-17 오전 10:59:23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 들어설 예정이던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이 장기 표류하면서 아파트 계약자 및 입주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시흥 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1차’ 단지 전경. [사진=시흥시]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유학 가자, 서울대 신도시로!”, “서울대 바로 앞 있는 오피스텔입니다.”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마케팅 직원들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멘트다. 이들은 ‘2018년 서울대 시흥캠퍼스 개교’ 계획을 아무런 의심없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배곧신도시 아파트 계약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이 표류하고 있어서다. 서울대가 시흥캠퍼스를 조성하기로 기본협약을 맺은 지 4년이 흘렀지만, 실시협약 체결이 계속 미뤄져 관계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분양 계약자 , 서울대 상대 집단 소송 채비

서울대가 내놓은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이 학교는 2018년 3월 배곧신도시에 시흥캠퍼스를 개교해야 한다. 배곧신도시 총 490만㎡ 가운데 교육·의료복합용지 66만 2000여㎡가 시흥캠퍼스로 조성할 부지다. 이곳에는 강의실 4동과 강의설과 기숙사, 평생교육원 등을 갖춘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500병상 규모의 서울대병원이 들어서기로 돼 있다. 준공 예정일은 2017년 12월로 못박았다.

하지만 서울대는 시흥캠퍼스 콘텐츠와 운영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실시협약을 1년 넘게 미루고 있다. 시흥캠퍼스 이전이 물거품이 될까 불안해진 배곧신도시 아파트 입주민들은 시흥시민연대를 결성해 주민 56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9일 서울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서명서에서 계획대로 2018년 개교, 서울대병원과 의무형 기숙사(RC) 건축 등의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유호경 배곧신도시 입주자 연합회 회장은 “허허벌판인 이곳에 전 재산을 투입해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은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들어온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며 “내년 첫 삽을 뜨지 못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서울대와 시흥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곧신도시에서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을 분양한 업체들은 모두 서울대 시흥캠퍼스 개교를 내걸고 마케팅을 벌였다. 배곧신도시는 ‘서울대 신도시’라는 애칭까지 생겼다. 공장지대인 이곳에 아파트 분양이 잘 된 주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배곧신도시에서는 올해 입주한 ‘시흥 배곧신도시 호반베르디움 1차’(1414가구)와 ‘시흥 배곧 SK뷰’ 아파트(1442가구)를 포함해 총 2만 1000여 가구의 주택이 들어선다.

더구나 한라비발디 1~3차를 분양한 ㈜한라는 배곧신도시 내 특별계획구역 91만㎡ 중 66만 2000㎡에 시흥캠퍼스와 글로벌 교육·의료 산학 클러스터를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3월 지역특성화 사업자로 선정됐다. 나머지 준주거복합용지(지원시설용지)에 공동주택 6700가구와 오피스텔을 지어 분양한 뒤 수익금 중 일부인 최대 4500억원을 캠퍼스 조성에 쓰기로 한 것이다. 한라비발디 아파트 분양가에 택지 가산비 명목으로 시흥캠퍼스 조성비가 포함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는 시흥캠퍼스 개교가 늦어지거나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분양가 반환 등의 소송이 잇따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커지는 불안감…‘웃돈’ 하락에 미분양까지

서울대 시흥캠퍼스 개교가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배곧신도시 일대 부동산시장에도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분양권에 붙었던 ‘웃돈’(프리미엄)이 빠지는가 하면 미분양까지 나오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배곧신도시 호반베르디움 2차 분양권의 경우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웃돈이 5000만원(전용면적 84㎡ 기준)까지 붙었다가 최근 절반으로 떨어졌다. 세종골든클래스 전용 83㎡형도 분양권 실거래가가 3억원을 넘어섰지만 최근엔 2억원 후반대로 주저앉았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새 아파트는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아 매매 가격이 크게 빠지지는 않지만 오래된 아파트와 분양권 시세는 호가(매도·매수 희망자가 부르는 가격) 위주로 떨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 한라가 분양한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3차’ 아파트의 경우 1304가구 중 일부가 아직 미분양 상태다. 분양가도 비싼데다 공급 과잉 우려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지연 등의 악재가 겹쳐서다. 한라비발디 3차 전용면적 84㎡형의 경우 분양가가 인근 호반베르디움 2차보다 3000만원 정도 비싼 3억~3억 2000만원에 나왔다.

정왕동 S공인 관계자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 기대감에 매수세가 한때 강하게 유입되더니 최근 들어선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우려에다 시흥캠퍼스 조성사업까지 지지부진하면서 매입 문의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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