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만 해도 공유경제는 ‘특이한’ 흐름의 일종이었다. 그러나 마이어스 감독에게 영감을 줬던 집 공유 사이트 ‘홈익스체인지닷컴’은 현재 146개국에서 4만6000여개 집들이 등록되어 있는 세계적 숙박공유 공간으로 성장했다.
홈익스체인지닷컴보다 뒤늦게 문을 열었지만 더 큰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건 ‘에어비앤비(airbnb)’다. 20대 청년백수였던 브라이언 체스키가 월세를 벌기 위해 자신의 집을 빌려준 데서 창안한 에어비앤비는 지난 2008년 이후 세계 192개국에 숙소가 등록돼 참여국가 수에서 최대 호텔체인 힐튼호텔(76개국)을 앞질렀다.
집 외에 ‘차’도 활발한 공유경제 대상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자동차 공유 서비스 업체는 ‘집카(Zipcar)’로 1년 연회비 60달러(약 6만3000원)만 내면 시간당 7.5달러에 차를 빌려쓸 수 있다. 이 업체는 올해초 세계적 렌터카업체 에이비스(Avis)에 5억달러에 매각돼 화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2000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대학가에서 대학생들끼리 차를 빌려쓰던 시절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일궈낸 셈이다. 현재 세계 27개국에 설립된 카 셰어링 업체 회원은 170만명에 이른다.
공유경제가 최근들어 각광받는 이유는 그동안 큰 돈을 들여야만 소유할 수 있었던 집이나 자동차 등을 적은 돈으로도 이용할 수 있고 방치된 유휴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 공익적인 목적까지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유경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물품에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공유경제 규모는 550조원에 달했고 더 커질 전망이다.
집, 차, 음식, 지식까지..유무형 자원 모두 공유
‘먼체리(Munchery)’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근 가장 ‘잘 나가는’ 공유 경제 서비스 업체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나 전문 요리사,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연결해 서로 음식을 공유한다. 밖에서 식사를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가정식을 접할 수 있고, 버려지는 음식을 줄일 수도 있다.
‘위티치미(WeTeachMe)’는 지식을 공유하는 사이트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지만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지식을 공유한다.
어차피 쓰지 못하면 버려지는 태양열을 지역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공유하는 ‘모자익(Mosaic)’이나 개인제트기 및 요트를 공유하는 ‘윌스업(Wheels Up)’ 등도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다. 모자익은 최근 25달러짜리 ‘태양열 선물 카드’를 발급해 선물과 동시에 기부를 이끌어내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윌스업의 경우 개인이 접해보기 힘든 ‘킹 에어 트윈 점보’ 개인 제트기를 이용하는 데 시간당 4000달러(약 420만원)의 비용이 든다. 여러 명이 공동 구매하면 일반 항공료보다 저렴한 값에 여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도 있다.
키플·열린 옷장 등 국내서도 속속 등장
공유경제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공유 경제 서비스 업체는 ‘키플’과 ‘열린 옷장’ ‘렌탈 마켓’ 등이다.
‘열린 옷장’ 서비스는 면접 정장을 공유한다. ‘안 입는 정장’을 기부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여해주고 5000원~2만원의 대여비를 받는다. 기본적으로 5만원 이상하는 다른 정상 대여점에 비해 10분의 1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렌탈 마켓’은 일종의 거래소다. 빌려주고 싶은 사람이 모이고, 빌리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물품을 제한없이 대여해준다. 일반적으로 가방이나 디지털 카메라 같은 용품들이 많이 올라오지만 최근에는 유축기나 잔치에 한 번 쓰는 그릇 등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등 대여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공유’..세계를 바꾸는 트렌드 되나
‘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해진 오늘 날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공유’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세계를 바꿀 아이디어 10’의 하나로 공유를 꼽았고, 세계적 미래학자 제롬 글렌 유엔미래포럼 회장은 “환경과 식량 등 산적해있는 미래 문제는 궁극적으로 ‘공유’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이코노미스트와 포브스 등 세계적인 매체들 역시 공유경제를 비중있게 다루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공유경제의 부상(The rise of sharing economy)’이란 제목의 글에서 공유경제를 상세히 소개하며 ‘이제는 공유에 대해 신경쓰기 시작할 때’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