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측면에서 혹자는 `벳푸에선 온천 외에 다른 것을 기대하지 말라`거나 `볼거리가 별로 없으니 하루 코스로도 적당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 벳푸에선 온천만 즐겨야 하는걸까. 물론 온전히 휴식을 갖기 위해 이 곳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온천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벳푸에도 놓치면 아쉬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이미 너무도 잘 알려진 원숭이산(다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과 우미타마고 수족관, 아프리칸 사파리 외에도 헬로키티 캐릭터로 가득한 테마파크 하모니랜드, 오이타 향(香) 박물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올 겨울, 가족들과 함께 벳푸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 원숭이들과 함께 걷고, 돌고래랑 공놀이하고
인천공항에서 후쿠오카 공항까지는 55분 정도면 도착한다. 비행기에 앉아 기내식으로 제공되는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면 어느새 도착시간이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승용차로 두 시간 정도, 철도로 1시간50분 정도 달리면 벳푸시에 도착한다.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정갈하고 조용한 도시 곳곳에선 증기가 피어오른다. 벳푸시내에서 온천 외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면 단연 타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과 우미타마고 수족관이라 할 수 있다. 벳푸시는 관광객 편의를 위해 이 두 곳의 입장료와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저렴한 값에 판매한다. 오이타 시내버스 왕복 티켓을 포함한 가격이 2200엔(한화 3만2000원 정도). 동물원과 수족관 성인 입장료가 각각 500엔과 1890엔임을 감안하면 티켓을 이용하는 편이 여러모로 나아보인다. 200엔을 더 내면 벳푸 시내를 지나 지옥온천까지 이동할 수도 있다.
타카사키야마 자연동물원은 628m 높이의 다카사키야마 고산지에 꾸며놓은 자연동물원이다. 본래 원숭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안했다가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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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사는 원숭이의 숫자는 약 2000마리. 원래는 A와 B, C의 세 무리로 나뉘어 있었는데 2002년에 A무리가 C무리와 맞붙었다가 지는 바람에 A무리가 해산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B무리와 C무리는 시간을 나눠 교대로 산 밑에 내려온다.
일반적인 동물원과 달리 원숭이를 자유롭게 풀어둔 형태이므로, 원숭이와 눈이 마주치면 공격하는 것으로 생각해 난처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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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생물을 만져본 뒤의 비릿한 냄새는 곳곳에 비치돼 있는 세면대에서 깨끗이 세정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층에서는 물 속 세계가 펼쳐진다. 원더존과 오션존, 사이언스존, 열대존, 한대존 등 5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바다사자와 새끼 바다코끼리, 바다표범, 해달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사이언스존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손을 잡고 전기뱀장어가 만들어내는 찌릿한 전기를 직접 느껴보기도 한다.
◇ 두 말이 필요없는 아프리칸 사파리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아프리칸 사파리`는 아프리카 대초원을 그대로 재현했다. 먹이가 든 작은 통을 들고 동물 모양의 사파리차를 타면, 115만㎡에 이르는 넓은 고원을 달리며 동물들과 만나는 사파리 투어가 시작된다. 사파리 투어가 끝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1시간 정도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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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는 키티 테마파크, 어른들은 향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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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하모니랜드에선 매일 두 차례의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지난 9월17일부터는 11만개의 LED로 꾸며진 일루미네이션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일루미네이션 이벤트를 보려면 늦은 오후에 가는 게 좋다. 겁이 많은 아이나 어른도 가뿐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굴곡이 심하지 않은 작은 롤러코스터 등의 놀이기구도 있다. 놀이기구 이용료는 입장료와 별도다.
`오이타 향 박물관`은 아무래도 어린이들보다는 어른들의 관심이 더 많을 것 같다. 이곳에서는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향수의 역사를 여러가지 소품과 그림으로 접할 수 있고,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향수들도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나만의 향기를 직접 만드는 것. M군과 T군, E군에 속한 각각 3가지 향 중에서 한 가지씩 선택해 적정 비율로 섞는다. 향을 선택하는 것도, 비율을 정하는 것도 온전히 내 몫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향수를 투명한 유리병에 담은 뒤 일주일 정도 두면 알콜이 적당히 증발돼 사용이 가능해진다. 향수 제조비용은 2000엔 정도지만 독특한 체험을 한다는 측면에서 한번쯤 해볼 만 하다.
◇ 증기로 찐 도시락과 계란, 드셔보셨나요 벳푸는 워낙 온천이 많다보니 시내 곳곳에서 모락모락 증기가 피어오른다. 이 증기를 이용해 음식을 요리하는데, 문어와 계란, 멸치를 식초로 간한 밥 위에 올려 찐 도시락 `타코즈시`와 장어 도시락 `우나기즈시`가 유명하다. 증기로 찐 문어와 장어는 더 부드럽고, 밥은 더 쫀득쫀득하다.
간단한 간식으로 찐 계란을 맛보는 것도 좋다. 온천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찐 계란을 판매하는데 보통 개당 50엔 정도면 살 수 있다. 계란과 우유, 설탕으로 만들어진 푸딩도 먹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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