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같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현실과 직면해야 한다. 앞으로 집도 마련해야 하고, 아이가 생기면 육아와 교육비용도 준비해야 하고, 부부의 노후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혼 기분에 들떠서 계획 없이 생활하게 되면 2세가 태어날 때쯤에 후회하기 십상이다. 신혼 초에 씀씀이를 아끼고 저축하는 습관을 들여야 성공할 수 있다. 국민은행 김재한 방배PB센터 팀장은 “결혼 직전부터 결혼 후 첫째 아이를 낳기 전까지가 종자돈을 모으기 가장 쉬운 시기”라며 “소득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기간에는 소득의 60% 이상을 저축하거나 투자 상품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직하게 커밍하웃하라
결혼하고 나면 배우자에게 카드 빚, 은행대출 등 연애 시절에는 말하기 힘들었던 것들까지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소득명세서, 한달 생활비, 신용카드 사용 내역까지 공유하면 좋다. 배우자 몰래 빚을 짊어지고 있으면 나중에 큰 문제로 불거지기 십상이다.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박승안 팀장은 “결혼 재테크 준비는 기업의 M&A(인수·합병)와 똑같다”고 말했다. “기업이 M&A에 성공하려면 우선 상대 기업의 재무상태와 수익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하듯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려면 서로의 자산 상태를 정확히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다음 단계는 목표 설정이다. 부부 간에 서로 의논해야 하며, 모르는 투자를 해선 안 된다. 몇 년 안에 얼마짜리 집을 사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매년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워야 한다.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팀장은 “주택 마련 계획이 중심이 되겠지만 자녀 계획과 같이 장기적인 생애 계획 아래 재테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절세상품부터 체크하라
그 다음엔 ‘꼭 가입해야 할 금융상품’에 가입했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 소득공제 혜택 혹은 비과세 혜택이 푸짐한 상품들 말이다.
신한은행 김은정 재테크 팀장은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청약통장은 신혼부부가 가장 먼저 가입을 고려해야 하는 금융상품들”이라며 “무주택자인데 아직 청약통장이 없다면 청약저축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청약저축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공공주택 청약을 할 수 있는데,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청약가점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청약가점제는 가족수가 많거나 무주택 기간이 긴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신혼부부에겐 불리하지만, 청약저축에 가입하면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딴 주머니 차면 성공못해… 중복 가입한 상품은 합쳐라
취업 후부터 결혼 전까지 5~10년 동안 각자 재테크를 해왔기 때문에 중복되는 상품을 정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우리은행 박승안 팀장은 “서로 비슷한 예금이나 펀드를 가입했다면 적절히 정리하고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처럼 가족으로서 필요한 상품들을 추가로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보험이나 연금저축도 가입하는 것이 좋다. 단 장기상품인 만큼 소득의 20% 정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국민은행 김재한 팀장이 조언했다.
요즘은 부부가 별도로 자기 통장을 관리하면서 생활비만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씀씀이가 아무래도 많아지고 관리하는데 추가적인 시간과 노력이 들 수 있어 적어도 재테크 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테크 고수들은 지적한다.
서로 다른 은행을 이용하고 있었다면 주거래은행을 하나로 합치는 것도 좋다. 요즘 은행들은 가족 단위의 거래내역도 모두 신용도에 반영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래 은행을 통하면 가계의 수입과 지출을 하나의 계좌로 집중해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금리 우대 혜택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