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대선서 '친러 후보' 승리…푸틴 우군 확대

동유럽 나토 회원국 슬로바키아 대선 결과
현직 총리인 피초 측근 펠레그리니 당선
지난달 1차 투표서 2위…결선투표서 역전
친러·반미 성향 정권 지배력 더욱 공고해져
  • 등록 2024-04-07 오전 10:48:07

    수정 2024-04-07 오후 7:08:34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동유럽 슬로바키아 대통령 선거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페테르 펠레그리니 전 총리가 승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슬로바키아가 친러 행보를 가속할 가능성이 커 나토 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군도 늘어날 전망이다.

슬로바키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페테르 펠레그리니 전 총리가 7일(현지시간) 선거본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슬로바키아 대선 결선투표 개표가 99.66% 진행된 가운데 펠레그리니 전 총리는 득표율 53.26%로 당선을 확정했다. 그에 맞선 친우크라이나 성향의 이반 코르초크 전 외무부 장관의 득표율은 46.73%를 기록했다.

이로써 슬로바키아는 작년 10월 총선에서 친러·반미 성향의 사회민주당(SD·스메르)이 승리해 정권이 교체된 데 이어 대통령도 친러 성향 인사가 맡게 됐다.

펠레그리니 전 총리는 2002년 사회민주당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2006년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이후 슬로바키아 정치권에서 상승가도를 달렸다. 재무부 차관과 교육부 장관, 국회의장, 투자 부총리 등 요직을 거쳤다.

펠레그리니 전 총리는 이날 당선 확정 후 선거대책본부에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지원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슬로바키아가 전쟁의 편이 아닌 평화의 편에 영원히 설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펠레그리니 전 총리의 상대 후보로 분투했던 코르초크 전 장관은 패배를 인정하고 축하를 전했지만, 공포를 이용해 승리한 그를 비난했다. 앞서 선거기간 펠레그리니 전 총리는 코르초크 전 장관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전쟁주의자로 묘사하며, 슬로바키아 군대를 이웃국가 전쟁에 투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르초크 전 장관은 선거본부에서 “(패배의) 요인은 높은 투표율이었지만 더 결정적인 요인은 (펠레그리니가) 공포와 증오를 퍼뜨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펠레그리니가 독립적이고 (누군가의) 명령이 아닌 스스로 신념에 따라 행동할 것이란 내 믿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3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코르초크 전 장관은 42.5%를 득표해 1위를, 펠레그리니 전 총리는 37.1%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1차 투표 3위였던 극우 성향 스테판 하라빈 후보 등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결선투표에서 대거 펠레그리니 전 총리의 편을 들면서 결과가 뒤집혔다고 현지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 결선투표 투표율이 60%에 이르러 직전 대선보다 18%포인트나 높았다는 점도 펠레그리니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내각제인 슬로바키아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제한적이고 실질적 권력은 정부 수반인 총리에게 있다. 그러나 서방 진영에서는 대통령이 법률 거부권을 활용해 총리를 견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대선 결과에 촉각을 세워왔다.

현재 정부를 이끄는 사회민주당의 로베르트 피초 총리는 취임 직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했고, 우크라이나가 종전을 위해 러시아에 영토를 양도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피초 총리의 측근인 펠레그리니 전 총리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슬로바키아는 친러 행보를 더욱 가속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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