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소매판매가 3개월만에 반등했지만 그 강도는 미약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4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3개월 만에 완만하게 반등했지만, 예상치(0.8%)를 하회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전년동월대비로는 1.6%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자동차를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는 0.4% 증가하며 마찬가지로 예상치(+0.5%)를 소폭 하회했다.
이 연구원은 “항목별로는 잡화점 판매가 2.4% 늘어난 가운데, 온라인 매출과 건강·의약 판매가 뒤를 이어 각각 1.2%, 0.9% 증가했다”면서 “반면, 스포츠·취미·도서와 같은 서비스 관련 소비가 -3.3%로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경기사이클에 민감한 가전과 전자제품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 나갔다.
이어 “가계는 지난해와 유사하게 여전히 초과저축과 신용대출에 의존한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샌프란시스코 연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가계의 남은 초과저축은 5000억 달러 정도로 올해 말까지 소비를 지속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2020년 2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락하면서 진행된 리파이냉싱 붐은 빠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도 불구 가계의 부채 부담이 예상보다 크지 않음을 반증한다는 평가다
그는 “다만, 가계의 남아있는 소득 여력은 소득 분위별로 다르다”면서 “남아있는 초과저축에서 저소득층 비중은 4~29%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은 이미 고갈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뉴욕 연방은행의 1분기 가계 부채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통상 신용카드 대출이 연말 휴가철 증가한 이후 연초 세급환급으로 대출잔액이 줄어들었던 반면, 이번 1분기는 대출잔액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패턴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즉, 카드 대출을 사용하고 있는 저소득층은 대출 금리 상승으로 고금리 환경에 노출돼 있으며,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2021년 기준 소득분위별 하위 62%가 전체 미국 소비의 44%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저소득층의 구매력 약화는 전반적인 소비 둔화를 이끌기에 충분하다”며 “따라서 낮은 가계 부채 부담과 초과저축으로 소비가 급격하게 둔화할 가능성은 적어도 미국 소비는 완만한 둔화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