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서두르는 보험사들
최근 교보생명은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디지털혁신지원실(DT)’을 확대·개편했다. 디지털혁신지원실 산하에는 ‘DT지원 담당’, ‘디지털테크놀로지 담당’, ‘IT지원 담당’ 등을 신설했다. 이전까지 정보보안담당만 두고 있었다. 디지털혁신지원실의 위상이 커진 것이다.
교보생명은 마이데이터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마이데이터사업 추진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탈(脫)보험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당국의 사업허가가 받는대로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플랫폼사업화추진TF도 신설됐다.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올해 들어 강조했던 디지털 플랫폼 역량 강화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간 신창재 회장은 “한 손으로는 기존 생명보험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다른 손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이달 10일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 관련 전담 부서를 확대·신설했다.
NH농협생명은 지난 2월 디지털혁신 추진협의회를 결성했다. 디지털 관련 아이디어를 받고 이를 개발한다는 취지다. 로봇업무자동화(RPA)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생명과 KB손해보험 등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일찌감치 디지털 중심의 조직을 꾸린 상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신한생명과 KB손해보험은 수 년전부터 디지털을 강조해왔다”면서 “올해 초에 대대적으로 디지털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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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저항’ 설계사조직..따로 또 같이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보 업계 1위 삼성화재가 업계에서는 가장 늦게 온라인 자동차 보험을 선보였다”면서 “설계사들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대면 채널에 대한 필요성이 갈수록 커졌다. 모바일을 통해 간단한 보험상품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디지털화는 보험사들도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한화생명은 아예 영업조직을 분리해 판매 자회사로 넘겼다. 미래에셋생명도 전속 설계사를 자회사 보험대리점(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에 집중시킨다는 계획이다. 판매 조직을 본사로 분리하는 작업이다.
현재 별도의 자회사 보험대리점을 두고 있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DB손해보험, 메트라이프생명, ABL생명, 라이나생명 등이다.
보험 업계에서는 판매 조직을 분리시키면 디지털화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판분리(제품과 판매의 분리)가 되면 보험회사는 디지털에 맞는 상품 개발 등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