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문화재 읽기]과학기술에서도 빛나는 세종의 애민정신

누구나 시간을 알 수 있게 한 '앙부일구'
관원 노고 덜어주고자 자동 물시계 '자격루'
  • 등록 2020-11-23 오전 6:00:00

    수정 2020-11-23 오전 6:00:00

지난 8월 미국에서 돌아온 앙부일구(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최근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미국에서 환수해 온 조선의 해시계 ‘앙부일구’를 공개하면서 세종대왕(1397~1450)의 애민정신이 재주목 받고 있다. 세종은 조선의 4대 임금으로 글을 읽지 못하는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든 것이 최고 업적으로 꼽힌다. 한글 창제 못지않게 그가 백성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만들었던 게 ‘앙부일구’, ‘자격루’ 등 시간을 측정하는 기구들이다.

앙부일구는 우리 역사 최초의 오목한 형태의 해시계다. 이전에는 평면 해시계가 주로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 6~7세기 쯤 신라시대 해시계 ‘잔편’이 있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해가 뜨는 높이와 방향이 바뀌는데 평면 해시계는 해의 그림자가 달라지게 되고, 시계의 숫자판이 불규칙해지며 사이 간격도 일정치 않게 된다. 세종은 보다 정확한 시간을 백성들이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1437년(세종19) 천문학자 이천·장영실 등을 불러 앙부일구를 제작했다.

특히 세종실록에 보면 “십이지신의 몸을 그려 넣은 것은 어리석은 백성을 위한 것이요, 각(刻)과 분(分)이 뚜렷한 것은 해에 비쳐 밝은 것이요, 길 옆에 설치한 것은 보는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니라”라는 대목이 나온다.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12지신 그림으로 시간과 절기를 알게 했다는 기록이다. 또 앙부일구는 대궐뿐 아니라 종로 혜정교와 종묘 앞에도 설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공동시계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안타깝게도 현재 세종 때 만들어졌던 앙부일구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해가 없는 밤에는 시간을 어떻게 측정했나 의문이 들 수 있다. 해가 지면 작동할 수 없는 해시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밤에는 물시계를 이용했다. 물시계는 물을 넣은 항아리 한 귀에 작은 구멍을 뚫어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지는 것을 다른 항아리에 받아서 하루에 흘러들어간 물의 깊이를 재서 12등분하면 한 시간의 길이가 나오게 되는 원리이다. 하지만 물시계는 서운관 관원이 밤새 지켜보며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조선 건국 후, 물시계 담당 관리는 번번이 정확한 시각을 알려주지 못했고, 이때마다 중벌을 면치 못했다.

이에 세종은 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물시계 ‘자격루’를 만들었다. 자격루는 나무로 만든 인형이 종과 북, 징을 쳐서 각각 경점 등 밤시간을 알리고 시를 알리는 팻말을 보여줘 시간의 경과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자동물시계였다. 자격루가 완성된 이후 세종은 이 시계는 원나라 순제가 만든 물시계보다 훨씬 정교하다고 평가하고 장영실을 호군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국보 제229호 창경궁 자격루 누기(사진=문화재청)
이 외에도 1437년 휴대용 해시계인 ‘현주일구’와 ‘천평일구’를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현주일구와 천평일구는 전혀 전해지는 바가 없어 그 모양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세종실록에 기록돼 있는 기록을 통해 그 구조를 추측해 볼 수 있다. 현주일구는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세종 때 유일하게 만들어진 창작품이다. 현주일구는 북쪽 기둥에서 아래로 매달린 구슬을 이용해 해시계의 수평을 잡고, 남쪽의 둥근 못에 지남침을 이용해 기기의 남북 방향을 잡았다. 천평일구는 현주일구와 그 크기와 사용법이 비슷하면서도 ‘말을 타고 가면서도 시각을 알기 위해 만든 시계’였기 때문에 다른 해시계들에 비해 가장 이동하기 편리했다.

현주일구 모습(사진=장영실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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