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전세시장 불안이 계속되자 정부·여당이 또다시 24번째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이례적으로 잘못된 정책을 시인하고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진선미 국토위원장을 단장으로 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당내 부동산 대책 TF(태스크포스)인 미래주거추진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전세난 해결을 위한 마땅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최근 국감장에서 “10년 동안의 전세대책을 다 검토해봤지만 뾰족한 단기대책이 별로 없다”면서 인정한 부분이다. 민주당이 지난 26일 돌연 부동산TF 출범 일정을 다음주로 연기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전세난은 최근 정부 부동산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민간임대사업자 혜택을 축소하고 보유세 등 각종 부동산 세제가 강화하면서 민간임대시장이 위축됐고 임대차법으로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와 실거주하고자 하는 집주인이 늘어났다. 이어 신규 공급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6개월내 실거주 요건이 강화하는 등 전세 매물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쯤되자 시장에서는 정부가 차라리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는 게 낫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시장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는 현상을 불러온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임차인 보호를 위해 마련된 임대차법이다. 임대차법 도입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은 증폭되고, 전세 세입자는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는 등 주거 불안은 심화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전세시장 대책으로는 기껏해야 임대주택을 늘리거나 월세 세액공제 확대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누기’다. 시장에서는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라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여론에 떠밀려 성급하게 만들어진 어설픈 정책은 또다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경제학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시장 개입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수준으로 제한적이고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이상 시장 기능을 무시한 채 이뤄지는 지나친 시장 개입은 정부의 오만이자 무능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