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계유체공정'에 디카페인 커피 비밀이 있다

액체이면서 기체 같은 상태로 존재
초임계이산화탄소 용매제로 활용해 97% 카페인 제거
  • 등록 2020-02-12 오전 6:00:00

    수정 2020-02-12 오전 6:00:0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커피에서 카페인을 제거했다는 디카페인 커피가 인기다. 카페인에 민감해 건강을 챙겨야 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임산부, 심혈관질환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동서식품 등 국내외 식·음료 기업들이 이미 관련 상품을 도입했고, 판매가 늘고 있다.

이러한 디카페인 커피는 어떻게 만들까? 해답은 ‘초임계유체공정’이라는 물질 상태에 있다.

이윤우 서울대 화학생물학부 교수가 초임계유체공정을 이용해 만든 코르크 마개, 참기름, 옷감, 콜드브루 커피.(사진=강민구 기자)
초임계 물질은 액체와 기체 두 가지 상태의 특징을 동시에 갖는 물질이다. 모든 물질은 임계점 이하에서는 고체, 기체, 액체의 형태로 존재한다. 여기에 고압펌프, 열교환기, 고압용기를 활용해 온도를 높이면 압력이 증가하고,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초임계상태에 도달한다.

초임계상태에서는 용질분자 주위에 용매분자가 분자회합하는 방식으로 용질을 녹인다. 이 상태에서는 계면장력이 사라져 용매분자가 유령처럼 빠르게 이동하면서 다른 물질들을 녹여낼 수 있다.

디카페인 커피 제작 공정은 이러한 특성을 활용한다. 작업은 커피의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커피를 볶기 전 생두 상태에서 이뤄진다. 커피콩에 벤젠, 메틸렌클로라이드, 이산화탄소를 용매제로 활용해 초임계상태에서 카페인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커피에는 잔존 용매가 남지 않게 된다.

디카페인 커피를 처음 상업화했던 1900년대 초반 독일의 커피상인 루드비히 로젤리우스는 벤젠을 이용해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었다. 하지만 1급 발암물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를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안전성, 저독소성, 가연성, 저가격의 특성을 두루 갖춘 이산화탄소가 대부분 제조공정에 활용된다.

고체 상태인 커피 원두의 많은 성분이 초임계 이산화탄소에 잘 녹지 않지만, 카페인은 잘 반응한다. 초임계이산화탄소가 빠른 확산력과 낮은 표면 장력으로 커피 원두 세공 내부로 빠르게 침투하고, 용해력을 조절, 카페인을 선택적으로 추출한다.

그렇다면 디카페인 커피에는 카페인이 ‘0’일까. 각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국제기준은 97퍼센트 수준의 카페인이 원두에서 제거하는 것을 권고한다. 초임계유체공정은 커피뿐만 아니라 참기름 제작, 식품 보관성 향상, 약물 나노입자 제조 등 다양한 공정에 활용할 수 있다. 유통기간을 늘리거나 살균처리, 기능성 물질 함량을 높여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이윤우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초임계유체공정은 반응공학, 분리공정에 기반한 새로운 물질 상태로 물질의 본질이나 구조 변형 없이 상태만 변화시킨다는 특성이 있다”며 “최근에는 조선왕조실록 복원부터 참기름 제조, 드라이크리닝, 와인 코르크 마개 제작에 활용해 물질 부패를 늦추고, 필요한 물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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