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데이터 3법 통과, 모두에게 혁신의 기반이 돼야 한다

  • 등록 2020-02-05 오전 6:00:48

    수정 2020-02-05 오전 6:00:48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올해 초 가까스로 ‘데이터 3법’이 통과됐다. 기업들은 환호했고, 일부 단체는 정보인권 침해 등의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어쨌든 법은 통과됐고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른바 ‘데이터 3법’이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을 말한다.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3법’ 개정 필요성은 수년 간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와 각계 논의 끝에 마침내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와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카드사 등 여신금융전문업계를 중심으로 모든 금융권과 산업계에서 마이데이터(My Data·본인신용정보관리업)와 마이페이먼트(My Payment·지급지시서비스업) 등 혁신 금융서비스 사업이 본격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 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자율주행차, 5세대 이동통신(5G), 클라우드 등 향후 글로벌 경제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가 나가야 할 신(新)산업의 근간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각 국가들도 데이터 개방 활성화를 위한 기술 및 제도 강화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

데이터 3법의 통과로 여러 가지 기대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도 EU GDPR(EU의 개인정보보호법령) 적정성 평가에 맞출 수 있게 되면서 빅테크(Big Tech) 위주의 글로벌 데이터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또 ‘가명정보’를 이용한 데이터 활용을 통해 일부 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기능 강화 등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등 리스크 관리에 대한 대비도 했다고 할 수 있다.

데이터 산업의 시장 규모는 미국이나 EU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 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기준 1700억 달러(약 202조원) 내외로 보고 있으며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도 2018년 기준 약 15조원으로 2010년 이후 연평균 7.3%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력 등은 모자란 상황이다. 데이터분석가, 데이터과학자, 데이터아키텍처, 데이터컨설턴트 등은 향후 5년 내 20% 이상 인력이 부족할 전망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 3법의 통과로 인해 가능한 혁신은 기술적으로도 볼 수 있지만,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에 대해 기업들은 고민해야 한다.

혁신은 △수요자 측면의 혁신 △공급자 측면의 혁신 △플랫폼 혁신 등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데이터에 대한 가치를 산정할 때도 적용된다. 기업이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기술로 수요자에게 만족을 주고 이에 상응하는 가격을 받았다면 ‘수요자 측면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올라가면서 만족이 가격만큼 올라가지 않았다면 혁신이라고 보기 힘들다.

‘공급자 측면의 혁신’은 비용 감소를 의미한다. 현재 대부분의 혁신은 여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비용을 줄이면서 혁신을 하는 상황이며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 수요자들은 혁신을 느끼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플랫폼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대체하는 ‘플랫폼 혁신’의 경우다. 기존의 플랫폼과 경쟁 체제를 가질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개정되는 데이터 3법을 통해 어떤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혁신을 가져다주는 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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