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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처지가 ‘대략난감’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보수세력의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마저 밀리며 차기 지지율 3위를 기록했다. 특히 4월 총선 출마지역 선택은 최대 난제다. ‘정치인 개인 황교안’이 아니라 ‘제1야당 한국당 대표’라는 점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다. 차기 라이벌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 출마를 사실상 확정 짓고 밑바닥 표심 공략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황 대표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우선 ‘반(反)문재인 연합전선’ 구축을 위한 중도·보수 통합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중진들에 대한 험지 출마 요청에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공개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정치적 승부수는 ‘서울 종로’ 출마다. 다만 종로 출마 카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종로, 명동, 청량리, 을지로, 미아리, 영등포 등 서울 지명 6곳이 나오는 가수 설운도 히트곡 ‘나침반’ 가사와 비슷하다. 정치적 대의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당선 가능한 험지 찾기가 무엇보다 절실해졌다.
정답은 ‘종로 출마’인데 위험부담이 너무 큰 선택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황교안 선택에 쏠린 눈
황 대표가 종로가 아닌 다른 지역을 선택할 경우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전략적으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일 수도 있다. 다만 ‘도망자’ 또는 ‘겁쟁이’ 프레임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 이낙연 전 총리와의 대결이 두려워 서울 종로를 피했다는 꼬리표다. 황 대표 본인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악몽이다. 정치입문 이후 약 1년 동안 대정부 장외투쟁 주도는 물론 삭발과 단식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가면서 구축해왔던 문재인 대통령 대항마로서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망가진다. 여권은 장고에 접어든 황 대표를 마음껏 조롱하고 있다. 김민석·신경민(서울 영등포을) 황희(서울 양천갑) 정춘숙(경기 용인병) 전현회(서울 강남을) 권혁기(서울 용산) 등 민주당 소속 출마 예정자들이 종로가 아니라면 본인의 지역구에 출마해달라는 다소 민망한(?) 읍소를 쏟아내고 있다.
만약 종로를 피한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종로에 버금가는 상징성을 갖춘 험지를 선택하거나 비례대표 후순위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다만 종로를 제외한 수도권 험지 선택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종로를 제외한 험지라고 할지라도 당선 가능성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또 황 대표의 맞상대인 민주당 후보들의 정치적 체급이 떨어지면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망신’이다. 종로와 마찬가지로 지역구 선거에 매달리면 전폭적인 전국적 지원유세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례대표 후순위 선택은 배수진을 친다는 절박함을 강조할 수 있다. 게다가 당 대표로서 총선 기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과거 14·15대 총선 당시 제1야당 대표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택한 방식이다. 다만 공천과정에서 당내 파열음은 불가피하다. 홍준표·김태호 등 중진들의 험지출마를 요구할 명분도 약해진다. 황 대표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황 대표의 결단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