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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이끌던 시절 그의 발언은 시장을 들었다 놨다했다. 지난해 6월 그가 “총수 일가가 그룹 핵심 사업과 관련이 없는 시스템 통합(SI) 업체 등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팔아야 한다”고 질타하자 삼성SDS 주가는 하루 만에 14.0%나 폭락했다.
공정거래위원장의 위상을 시장이 재확인해 준 대표적 사건이다.
그가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옮기고 빈 자리를 서울대 후배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채웠다. 조 위원장은 후보자 청문회 때 “공정거래위원장 말 한마디가 갖는 엄중함을 느낀다. 신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중하겠다”던 조 위원장의 말실수가 빌미가 돼 공정위가 오래 공들여온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난관에 부딧치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귄위를 무시하고 공정위가 해당 사항을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답변이다.
공정위는 지난 23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앞으로 지주회사 체제 안에서 신규 설립하는 손자회사는 공동출자를 인정하지 않는 방안을 담았다. 현행은 출자비율이 같으면 여러 자회사가 하나의 손자회사에 공동으로 출자가 가능하다. 공동 손자회사는 기업 지배구조를 단순·투명하게 만든다는 지주회사 제도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사달은 국정감사때 조 위원장이 이를 시행령 개정이 아닌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것으로 착각한 때문에 벌어졌다.
반면 한국당은 손자회사 공동출자 금지 대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인 만큼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조 위원장의 ‘실수’에 한국당이 얼씨구나 한 이유다. 김 의원은 조 위원장의 사과에도 불구 법개정 사안이라고 답한지 몇일 만에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한 것은 “국회의 권위를 무시한 것”이라며 공정거래법 개정은 물론 공정위 예산안까지 문제 삼겠다고 엄포를 놨다.
조 위원장의 말실수를 물고 늘어지는 한국당의 행태는 치졸해 보인다. 하지만 빌미를 준 조 위원장 또한 반성할 일이다.